[국제] 기름값 패닉에 출구 찾는 트럼프…“전쟁 매우 빨리 끝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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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랄 리조트’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대회에서 연설을 마친 뒤 청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대(對)이란 군사작전의 조기 종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개전 이후 연일 치솟는 유가가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 리스크가 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자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플로리다주 도랄 리조트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대회 연설 이후 기자회견에서 ‘장대한 분노 작전’과 관련해 “우리는 매우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있다. 계획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평가한 뒤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 내, 며칠 내 끝날 거라고 보느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 하지만 매우 빨리(끝날 것)”라고 답했다.

“계획보다 훨씬 앞서…곧 끝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전황과 관련해서는 “전쟁의 큰 위험은 이미 사흘 전 끝났다. 우리는 첫 이틀 만에 그들을 쓸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이란 군함 51척을 격침시켰고, 미사일 능력을 약 10% 수준으로 떨어뜨렸으며, 미사일·드론 발사 능력을 집중 타격해 미사일 발사대는 90%, 드론 발사대는 83%의 손실을 입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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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샤헤드-136 드론. 사진 위키피디아

트럼프 대통령은 당 대회 연설에서도 “꽤 빨리 끝날 것”이라며 “애초 이번 전쟁은 몇몇 사람(지도부)을 제거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단기간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하진 않아…핵개발 포기해야 충분”

다만 당장 종전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미 여러 면에서 승리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궁극적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나아갈 것”이라며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충분’의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하는 지점”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초기 이번 작전 기간을 두고 “4~5주 예상했다”고 말했었다. 결국 이날 그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당장 며칠 내 종전을 선언하지는 않더라도 계획보다 상당 기간 앞당길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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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작전 종료 두고 “내 결단에 달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종료 시점은 자신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이란 군사능력이 거의 무력화됐다고 주장하면서 “남은 것은 행정부 인사들과 함께 제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결단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전날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한 데 대해서는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그 선택이 이란에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다.

모즈타바 후계자 승계에 “실망”

최근 “이란에서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결국 죽음을 맞는다”며 참수작전 반복 가능성을 경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새 최고 지도자는 제거 대상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부적절할 테니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다만 “나도 (이란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회견에 앞서 이날 NBC,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모즈타바의 최고 지도자 승계를 두고 각각 “큰 실수”, “기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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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엔겔라브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전날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과 이란 국기를 들어 보이며 지지를 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쟁의 마무리 수순 임박을 알리는 신호는 이날 곳곳에서 발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가진 C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을 두고 “그들은 해군도, 통신 체계도, 공군도 없다”며 “전쟁이 거의 끝나간다(very complete)”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급등세를 보이던 유가는 빠르게 진정했고, 급락세를 보이던 주가는 반등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당 대회 연설에서 “승리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했고, 이어진 회견에서는 “전쟁은 곧 끝나겠지만 다시 시작된다면 더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다소 모호하게 말했다. 발언 톤이 달라진 것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불안한 석유 시장과 투자자들에 전쟁이 종결 단계임을 시사하는 동시에 이란이 핵개발 능력·의지를 완전히 상실할 때까지 공격이 지속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러 푸틴과 이란 종전 방안 논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약 1시간의 통화에서 중동 사태 해결 방안을 포함한 현안을 논의했다. 둘의 대화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중동 문제를 이야기했고 그는 도움이 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이날 한 행사에서 이란의 테러 역량 파괴가 이번 군사작전의 목표라면서 “압도적 군사력과 정확성으로 목표가 달성돼가고 있다”고 한 것도 조기 종전 신호 중 하나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작전 종료 조건으로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내걸며 장기전 불사 태세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조기 작전 종료’ 메시지를 낸 것은 무엇보다 유가 급등에 따른 패닉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전쟁 개시 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유가 폭등세에 트럼프 행정부가 충격에 빠졌다며 기름값 인하와 금융시장 진정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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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CNN “트럼프 정부, 유가 급등에 패닉”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가 인상을 예상했지만 생각만큼은 안 올랐다”면서도 기름값 문제가 중간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의식한 듯 유가에 신경이 곤두선 모습을 보였다. 그는 “테러 정권이 세계를 인질로 잡고 글로벌 석유 공급을 차단하려는 시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이 그런 시도를 한다면 훨씬 더 강력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런 게임을 하려 들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는 ‘안전한 유지’를 약속했다. “필요할 경우 미 해군과 동맹국들이 유조선의 해협 통과를 안전하게 호위할 것”이라고 했다. 유가 급등세 완화를 위해 “일부 국가들에 대한 제재를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해제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제재를 30일간 한시적으로 유예했는데 추가 완화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CNN은 “전쟁을 끝내는 것 외에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에너지 분석가 닐 앳킨슨 발언을 인용하며 “석유 시장을 안정화하는 확실한 방법은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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