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껍데기 말고 진짜 사장 나와라"…노란봉투법 첫날 1만명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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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하청노조(생산 전문 자회사 모트라스·유니투스)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모비스의 램프사업부 매각에 대해 원청 측의 교섭을 요구했다. 고석현 기자

껍데기뿐이 아니라 실질적 결정권을 쥐고 있는 진짜 사장 ‘현대모비스’가 직접 교섭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10일 오전 서울 강남 역삼동 현대모비스 본사 앞. 김병철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금속노조·하청노조(생산 전문 자회사 모트라스·유니투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노조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램프사업부를 매각하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건 단체협약 위반이다. 매각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현대모비스는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에 맞춰 사업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지난 1월부터 램프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에 하청노조 측은 ‘앞으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정진홍 금속노조 경주지부장은 “자회사 직원이라고 해도 현대모비스 작업복을 입고 만든 제품이 현대모비스라는 이름을 달고 현대차에 납품되고 있으니 모든 (경영상의) 책임은 현대모비스에 있다”며 “원청·하청의 개념을 넘어 법적으로 현대모비스가 우리와 교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첫날인 이날, 산업계 곳곳에선 원청과 교섭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수도권에서만 8곳, 6000여명이 모여 "진짜 사장 나오라"며 시위를 벌였다.

새 법에 따라 이제 하청노조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자신이 소속된 회사뿐 아니라 원청회사에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이날 오전 서대문구 소재 연세대학교가 직접 청소·경비 노동자와 교섭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파업 등 노동쟁의를 할 수 있는 범위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됐다. 하청노조 측이 원청기업의 고유 경영 결정사항까지 협상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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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 사내하청지회는 10일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는 하청노동자의 정당한 교섭 요구에 즉각 응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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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10일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이 교섭요구를 해왔다며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문'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게시했다. 사진 한국노총

이날 강남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에서도 새벽부터 광양·포항 등에서 상경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업체 사장이 아니라 진짜 사장 포스코가 교섭에 나오라”고 요구했다. 포스코는 2~3년 전부터 사내하청사들을 자회사로 전환했는데, 자회사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내하청 직원들은 민노총 금속노조, 한국노총 금속노련 등 여러 산별노조에 산재해 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포스코협력사공급사노조연대)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는 0시를 기해 원청인 포스코에 교섭을 요구했다. 이어 민노총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노조별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했다. 포스코는 이 사실을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내에 공고했다. 공고문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하청노조 33개사의 위임을 받은 노조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는 것이며 추후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아 교섭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6개월간 해석지침과 원·하청 교섭절차 매뉴얼 등을 내놨지만, 산업 현장에선 여전히 모호한 점이 많다는 의견이 많다. 산업계가 가장 걱정하는 지점은 ‘끼워넣기식 교섭’이다. 안전 문제 등을 명분 삼아 교섭 테이블이 꾸려지면 임금·인사·사업구조 등 원청의 본질적인 경영권까지 협상을 요구해 교섭 범위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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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원·하청 노동자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시설을 공유하는 산업 안전 등 일부 영역에서는 더욱 혼란이 크다"며 “특히 일부 노동계가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사용자범위와 교섭의제를 두고 노사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하청노조가 원청 측에 직접고용을 요구할 가능성도 또 다른 뇌관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협력사 노조의 원청 직고용 요구가 이어질 경우, 인력이 원청으로 쏠리면서 협력사의 인력 공동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며 “교섭 의제나 사용자 범위도 어디까지 확대될지 몰라 안 그래도 어려운데 경영 부담이 커질 거란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원청에 대해 투쟁을 선포하며 7월 총파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사내하청·사내용역·자회사 기업 147곳의 1만명이 실질적 지배·결정력을 행사해온 16개 원청에 교섭을 요청했다”고 밝히며 원청 교섭이 불발될 경우 집중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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