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그린란드 광물장관 "트럼프 제안 혐오…우린 팔리는 존재 아냐"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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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전쟁에 유럽도 휘말리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초 군사 행동까지 언급했던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리처드 그레넬 대통령 특사는 3일 X(옛 트위터)에 “일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국은 이란 문제에 대해 우리와 입장이 같지 않다”며 “미국 국가 안보상 그린란드가 가능한 한 빨리 필요하다”고 썼다. 유럽 주요국들이 이란 공격을 위한 기지 사용을 거부하는 등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북극·북대서양에서 그린란드가 ‘안보 거점’으로 더 절실해졌단 뜻이다.
나야 나타니엘센 그린란드 상무ㆍ광물자원부 장관. 사진 나타니엘센 장관 제공
안보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란 공격 배경에 글로벌 원유 공급망을 쥐려는 계산이 있다고 분석한다. 그린란드 자원에 노골적 관심을 보여온 미국에 이곳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그린란드 자치정부 내에서도 일관적인 목소리를 내온 나야 나타니엘센(50) 상무·광물자원부 장관을 서면으로 만났다. 장관의 한국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경민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그린란드를 압박하며 주민 1인당 최대 10만 달러(약 1억4700만 원) 지급을 제안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병원선을 보내 주민 치료를 돕겠다고 했다. 그린란드 정부 내에선 어떤 논의가 있었나.
- 그런 제안을 혐오한다. 우리는 팔리는 존재가 아니며 그런 발상 자체가 모욕적이다.
- 미국이 그린란드에 ‘미군 투입 가능성’을 언급한 여파가 매우 컸다. 이란 전쟁으로 이 압박이 더 구체적으로 느껴질 법도 한데 어떤 대응책이 있나.
- 가장 확률이 낮은 시나리오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
- 미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북대서양에서 실질적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한다. 중·러 팽창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그린란드를 합병해야 한다는 논리다.
- 현재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위협은 없다. 미국이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주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동맹국이고 우리는 미국의 안보 영향권에 속해 있지만, 현재 양국 관계는 긴장 상태다.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그린란드와 북극의 미래에 대한 합의의 틀이 마련됐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선 이후 현재 협의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
- 그린란드-덴마크-미국 3자 회담이 진행 중이며 고위급 실무 그룹에서 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자결권에 대한 근본적인 이견이 있다.
- 그 직후 미국이 ‘그린란드 광물 관리기구’ 설립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지역 광물 공급망을 관리하는 다자 협의체를 창설하겠단 거다. 또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맹들과 ‘핵심 광물 무역지대’를 구상하는 등 광물 선점과 관련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 각국의 부(富)는 항상 광물에 의해 좌우되기에 전 세계가 경쟁을 벌이고 있고, 미국이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자원은 역사적으로 많은 국가의 관심을 끌었지만, 그린란드의 광물은 그린란드 국민의 것이다. 우리 광물 개발을 외부에서 결정할 수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이미지. 그린란드에서 성조기 깃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합성한 것이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리처드 그레넬 미국 대통령 특사는 지난 3일 X(옛 트위터)에 “미국 국가 안보상 그린란드가 가능한 한 빨리 필요하다”고 썼다. 사진 X 캡처
그린란드는 면적이 한반도의 약 10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5만7000여 명에 불과하다. 경제의 중심은 수산업. 국가 예산의 절반 이상을 덴마크 보조금에 기댄다. 그러나 구리·아연·흑연·금 등 주요 광물이 풍부하고 희토류 매장량이 세계 8위인 만큼 광업 분야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 특히 희토류는 전 세계 수요의 최대 4분의 1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자본과 인프라, 숙련된 노동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겨울 극한지역에선 영하 30~40도까지 기온이 떨어져 작업이 불가능하고, 탐사부터 최종 생산까지 평균 16년가량 걸려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도 리스크다. 풍부한 자원이 여태 ‘가능성’으로만 언급됐던 이유다. 해외 자본·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나타니엘센 장관은 다자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도 언급했다.
박경민 기자
- 지난해 3월 총선 이후 출범한 현재 정부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광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원칙이 있다면.
- 광물·에너지 부문 개발은 단기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그렇기에 특정 국가나 기업에 독점적인 개발권을 줄 수 없다. 우리가 휘둘릴 수 있어서다. 중요한 건 다자간 협력이다. 현재와 같이 기업들이 관심 지역에 (개발) 허가권을 신청하고 매장량을 입증해 실제로 개발해 나가는 방식이 가장 좋다고 본다. 우리는 매우 높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잘 따라준다면 특정 기업에 대한 선호는 없다.
- 희토류 개발 등은 필연적으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데.
- 모든 탐사·개발 단계에 환경 평가 기준이 있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 하면 허가를 내줄 수 없다. 우라늄과 석유·가스 탐사 및 추출은 안 된다. 환경은 물론 투자자에도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그린란드는 2021년 우라늄 농도 100ppm을 초과하는 광물의 탐사와 채굴을 금지하고 신규 석유 탐사를 중단했다.)
- 그 외 현재 개발 단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 광업은 경기 변동이 심한 산업이다. 자본 집약적이며 투자 기간이 길어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술력, 광물에 대한 지식, 자금 조달 방법, 마케팅, 공급망과 관련한 지식과 통찰력도 요구한다. 이를 모두 갖추기가 매우 어렵다. 인프라와 노동력의 부족, 추운 날씨 등은 작은 걸림돌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 ‘다자간 협력’을 염두에 둔 국가나 기업이 있나.
- 캐나다, 호주, 유럽연합(EU), 한국, 일본처럼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 국가들을 말하고 싶다. 중국은 광물 분야에서 오히려 우리의 경쟁 상대다. (중국은 글로벌 광물 공급망의 큰손으로, 특히 희토류 산업에서 가격 경쟁 등이 어렵다.) 또, 광물 수출국으로 발전하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가 필요하다.
- 한국 역시 핵심 광물 확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떤 형태의 협력을 할 수 있을까.
- 한국의 경우 자국에 필요한 광물을 공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나라들과 함께 각국의 강점을 살려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프로젝트에 함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발언에 반대한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AFP=연합뉴스
나야 나타니엘센 장관
나야 나타니엘센 장관의 공식 직함은 기업·통상·광물자원·에너지·사법·양성평등 담당 장관이다. 그에게 다양한 분야를 하나의 부처에서 총괄하는 데 대한 어려움을 묻자 “이 분야들이 서로 잘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야 나타니엘센 그린란드 상무ㆍ광물자원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 “내 업무는 기업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고, 여러 분야에 걸쳐 일관성 있는 법률을 제정하며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에너지와 광물자원, 통상은 함께 다루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성평등에 대해서는 “정부의 모든 부처가 참여해야 하는 문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계 입문 계기를 묻자 그는 “삶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구조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자랐고, 그것이 정계에 진출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심리학을 전공한 후 경영 업무를 하다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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