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조작일까 우연일까....장 마감 44분 전 트럼프 “전쟁 거의 끝"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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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랄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가 전화해 애매하지만 희망적인 (조기 종전) 발언을 보도하게 해서 시장이 반등하고 당일 하락분을 만회하게 하려 했다는 게 맞죠?”(줄리아 아이오페 ‘퍽뉴스’ 기자)

“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한 겁니다. 그는 전쟁이 얼마나 빨리 끝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했습니다.”(웨이지아 장 CBS 백악관 출입기자)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의 두 여성 저널리스트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주고받은 대화다. 발단은 CBS 소속으로 백악관을 출입하며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웨이지아 장 기자가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전화 인터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대(對)이란 군사작전과 관련해 “전쟁이 거의 끝나간다(The war is very complete)”고 말해 작전 조기 종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장 기자는 오후 3시 16분 소셜미디어 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급히 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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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을 출입하는 CBS 소속 웨이지아 장 기자가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 ‘퍽뉴스’ 소속 줄리아 아이오페 기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웨이지아 장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란 전쟁 조기 종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놓고 의도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묻자 장 기자가 자신이 전화를 걸어 질문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한 것이라며 반박하는 내용이다. 사진 X 캡처

CBS, 9일 오후 트럼프 발언 보도

당시 미국 금융시장은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로 ‘피의 월요일’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었다. 뉴욕 증시는 개장 직후 폭락세를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비명을 자아냈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선을 위협했다.

그러나 장 기자의 보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종전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119.48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CBS 보도 직후 수직 낙하하며 80달러대 중반까지 밀렸다. 장중 고점 대비 30% 가까운 하락폭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하나가 유가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극적 반전을 부른 셈이다.

보도 직후 ‘증시 급반등, 유가 급락’ 반전

주식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장중 600포인트 이상 하락하던 다우존스 지수는 뉴욕 증시 마감을 44분 앞두고 나온 CBS 보도 직후 급반등을 시작했다. 결국 전날 대비 239포인트(0.5%)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고, 나스닥 지수도 1.38% 오르며 V자 반등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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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치전문 매체 ‘퍽뉴스(Puck News)’ 공동 창립자이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 중인 아이오페는 이 기현상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흐름을 뒤집기 위해 특정 기자에게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린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장 기자는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취재한 결과일 뿐이라며 즉각 반박한 것이다.

절묘한 타이밍…‘의도된 정보 누설’ 의혹

아이오페가 이런 의혹을 제기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위기 때마다 절묘한 타이밍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시장 분위기를 급반전시킨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미·중 무역전쟁으로 뉴욕 증시가 흔들릴 때면 경제 매체 CNBC 앵커 등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협상을 원한다”는 말로 합의 타결의 기대감을 높여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를 상승세로 뒤집곤 했다. 2020년 3월 당시 코로나19팬데믹 공포로 증시가 폭락할 때에는 폭스비즈니스 앵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는 매우 강하다”는 메시지를 내 다음날 증시의 대폭 반등을 이뤄낸 일도 있다.

과거에도 인터뷰 통해 시장 분위기 뒤집어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강력한 상호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세이던 지난해 4월 9일 오전 9시 31분 소셜미디어에 돌연 “지금이 매수 적기(THIS IS A GREAT TIME TO BUY!!!)”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후 약 3시간 40분 뒤인 오후 1시 10분쯤 그는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전격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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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국가별 상호관세를 정리한 도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코(TACO, 트럼프는 언제나 꽁무니를 뺀다)’라는 별명이 붙는 계기가 된 이 유턴의 여파로 당일 다우존스 지수는 2962.86포인트(7.9%) 급등해 역대 다우 지수 일일 상승폭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 아담 쉬프 민주당 의원 등은 이를 두고 ‘시장 조작’이라며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관세 유예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일종의 ‘내부자 거래’를 시도한 거라는 비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CBS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쟁 마무리 수순’을 언급한 것이 의도된 신호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가 세계 시장을 움직인다”는 월가 속설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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