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보테가 베네타, 밀라노의 매력을 ‘브루탈리즘과 관능’으로 풀어내다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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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하우스 보테가 베네타가 지난달 28일, 전 세계 패션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2026 겨울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번 쇼는 지난해 부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의 성공적인 데뷔 이후 이어지는 두 번째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첫 컬렉션에서 브랜드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통해 하우스 유산에 경의를 표했던 트로터는, 이번 시즌 하우스가 위치한 밀라노의 영혼을 탐구하며 보테가 베네타의 새 시대에 대한 높은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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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가 베네타의 런웨이 피날레. 사진 보테가 베네타

이번 컬렉션은 밀라노라는 도시의 자부심과 하우스의 기술력이 만나 어떤 예술적 마법이 일어났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트로터는 밀라노에서 1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곳곳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번 쇼의 주제는 ‘브루탈리즘(Brutalism)과 관능성의 대화’. 브루탈리즘이란 기능성을 극대화한 차갑고 육중한 현대 건축 양식을 뜻하지만, 트로터는 밀라노의 단단한 콘크리트 외관 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정원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관능미를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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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쇼는 보테가 베네타의 본사인 팔라초 산 페델레의 아트리움에서 열렸다. 레드 카펫이 펼쳐진 가운데 맥스 램의 421 체어스가 공간을 채웠다. 사진 보테가 베네타 ⓒ Chris Rhodes

쇼는 하우스 본사인 ‘팔라초 산 페델레(Palazzo San Fedele)’의 아트리움에서 열렸다. 19세기 극장이었던 이 공간은 밀라노 사람들이 오페라와 극장이라는 공적 무대에서 스스로를 위해, 또 공동체를 위해 정성껏 차려입는 자부심 넘치는 태도를 런웨이 위로 소환했다. 웅장한 홀 곳곳에 세워진 래커 마감 기둥과 붉은 런웨이, 그리고 영국 가구 디자이너 맥스 램의 ‘421 체어스’는 도시의 엄숙함과 오페라적 열기를 동시에 전달했다. 더불어 영국 아티스트 포피 존스가 스웨이드 위에 붉은 인트레치아토 셔츠를 묘사한 신작 아트워크는 인비테이션부터 컬렉션 쇼 공간 전반을 수놓으며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허물었다.

쇼의 청각적 요소는 아티스트 그룹 사운드워크 컬렉티브(Soundwalk Collective)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극적 몰입감을 선사하는 음악은 엄숙하게 시작돼 쇼가 진행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고조되며 무대의 막을 올렸다.

부드러움이 더해진 구조적 테일러링
이번 시즌 트로터는 기존 보테가 베네타가 추구해온 엄격한 건축적 실루엣에 ‘부드러움’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주입했다. 패딩 기법과 둥근 볼륨, 유려한 곡선을 활용해 ‘부드러워진 구조적 라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차가운 브루탈리즘 건축물 사이로 흐르는 인간의 유연한 실루엣을 형상화한 것이다.

트로터의 상징인 구조적인 테일러링에 ‘목선의 관능성’을 강조한 디자인도 눈여겨볼 요소다. 과감하게 드러낸 목선과 그 위를 장식한 대담한 장식적 디테일은 데이웨어의 전형을 관능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정제된 테일러링에서 출발해 촉각적이고 화려한 장식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밀라노 시민들이 일상과 특별한 밤을 오가는 방식을 우아하게 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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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가 베네타의 이번 컬렉션은 부드러워진 구조적 테일러링이 돋보인다. 사진 보테가 베네타

젠더와 세대를 아우르는 대화 역시 런웨이 위에 섬세하게 펼쳐졌다. 트로터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시선의 교차와 미묘한 긴장감을 옷에 담았다. 매우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드레스에 마치 아버지가 오래도록 신어온 듯한 투박한 남성용 더비 슈즈를 매치하거나, 남성적인 코드와 여성적인 코드가 공존하는 룩들을 선보였다.

여기에 할머니의 손때 묻은 이브닝 백을 연상시키는 액세서리와 로퍼 위를 장식한 플로럴 터치는 세대 간의 정서적 유대를 상징한다. 이번 컬렉션은 미니멀하고 절제된 디자인 속에서 소재·디테일·장인정신을 드러내는 유희를 발견할 수 있다. 의복과 착용자 사이의 긴밀한 연결을 강조하는 트로터의 미학적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소재 한계 깬 장인정신의 정수
보테가 베네타의 정수인 장인정신은 소재의 한계를 깨며 정점에 도달했다. 스팽글, 실크, 필 쿠페(fil coupé, 자른 실로 입체감을 낸 직조 기법), 니트, 테크니컬 섬유를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 퍼(Fur)의 질감으로 구현해낸 모습은 이번 컬렉션의 압권이었다. 직물과 장식적 요소들을 트로터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자연의 질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촉각적 화려함은 의류는 물론 주얼리·슈즈 전반에 녹아들어 하우스 아틀리에의 역량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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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재로 구현한 퍼가 쇼를 극적으로 완성했다. 애니멀 프린팅 코트 를 비롯해 강렬한 색감의 퍼가 런웨이에 올랐다. 사진 보테가 베네타

컬러 팔레트 역시 한 편의 오페라처럼 화려하게 전개됐다. 중성적인 그레이와 블랙, 베이지에서 출발한 색채는 부드러운 옐로와 오렌지, 브라운을 거쳐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레드 컬러로 폭발하며 대단원을 장식했다. 낮의 평온함이 밤의 뜨거운 열기로 변모하는 밀라노의 밤을 컬러로 형상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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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에 다양한 셀럽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배우 윤여정, 스트레이 키즈 아이엔, 줄리언 무어, 플레어 포이. 사진 보테가 베네타

이날 현장에는 배우 윤여정과 스트레이 키즈 아이엔을 비롯해 줄리언 무어, 서기 등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블랙 레더 재킷에 클러치 백을 매치해 세련된 무드를 뽐낸 윤여정의 모습은 세대를 관통하는 보테가 베네타의 우아함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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