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 거머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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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을 받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카데미 무관의 거장' 폴 토마스 앤더슨(56) 감독이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아카데미 6관왕 #마이클 B. 조던, 제시 버클리 남녀주연상
그가 연출한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이하 '원 배틀')가 1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 감독상·남우조연상·각색상·편집상·캐스팅상 등 6관왕을 차지했다.
'데어 윌 비 블러드', '마스터' 등의 작품으로 칸·베를린·베니스 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석권했지만, 유독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던 앤더슨 감독은 이날 감독상은 물론 각색상까지 수상하며 오스카 무관의 한을 말끔히 씻어냈다.
다섯 번째 도전 만에 아카데미 단상에 오른 그는 "이번에 훌륭한 영화들이 많았다. 후보작들, 동료 감독들과 함께 훌륭한 여정의 일부가 될 수 있어 기쁘다"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테야나 테일러, 숀 펜 등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앤더슨 감독의 10번째 장편인 '원 배틀'은 반체제 무장조직에서 활동하던 밥 퍼거슨(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이 위기에 처한 딸 샬린(체이스 인피니티)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추격 액션물이다. 토머스 핀천 작가의 소설 『바인랜드』(1990)가 원작이다.
이민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과 연대의 가치를 설파한 영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정책을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작가주의 영화의 거장 답게 미국 사회의 치부를 예리하면서도 유쾌하게 풍자했다. 영화는 앞서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잇따라 작품상을 받으며, 가장 유력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점쳐졌다.
1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원 배틀'(13개 부문 후보)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 '씨너스: 죄인들'(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각본상·음악상·촬영상·남우주연상 등 4관왕에 올랐다. 193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인종 차별 등 사회적 갈등을 초자연적 공포 장르의 틀로 풀어낸 영화다.
영화에서 쌍둥이 형제의 1인 2역을 소화한 마이클 B. 조던은 첫 오스카 연기상 도전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원 배틀'), 티모시 샬라메('마티 슈프림') 등을 제치고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차지했다. 흑인 배우가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건, 시드니 포이티어, 덴절 워싱턴, 제이미 폭스, 포리스트 휘태커, 윌 스미스에 이어 6번째다.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마이클 B. 조던(오른쪽)과 제시 버클리가 트로피를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록키' 시리즈를 계승한 '크리드' 시리즈에서 배우와 총괄 프로듀서, 감독을 겸한 그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마블 영화 '블랙 팬서' 시리즈에서 악당 킬 몽거 역을 맡기도 했다. '씨너스: 죄인들'은 쿠글러 감독과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조던은 오스카에서 수상한 흑인 선배 배우들을 언급하며, "당신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당신들이 나를 믿어준다면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돼서 보답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여우주연상은 '햄넷'(클로이 자오 감독)의 제시 버클리가 수상했다. '햄넷'은 셰익스피어의 고전 희곡 '햄릿'의 탄생 뒤에 숨겨진 비극과 감동을 그린 영화다. 버클리는 아들을 잃은 슬픔과 강인한 모성애를 지닌 이녜스 역을 맡아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로스트 도터'(2021)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그는 이번 수상으로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영국 아카데미,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최초의 아일랜드 배우가 됐다. 버클리는 "오늘은 영국의 어머니 날"이라며 "이 상을 어머니의 마음이 품은 아름답지만 혼란스러운 세상에 바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숀 펜은 '원 배틀'에서 백인 우월주의 사상을 지닌 군인 역할로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됐지만,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미스틱 러버'(2004)와 '밀크'(2009)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이번 수상으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3번 이상 받은 8번째 배우가 됐다.
여우조연상은 공포 영화 '웨폰'에서 아동 집단 실종 사건의 열쇠를 쥔 괴기스러운 할머니 역할을 맡은 에이미 메디건에게 돌아갔다.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의상상·분장상·미술상 등 기술 부문을 휩쓸며 3관왕이 됐다.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 장준환 감독)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인 '부고니아'(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는 작품상·여우주연상·각색상·음악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이 불발됐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선 일부 영화인들의 반전(反戰) 메시지가 나오기도 했다. 국제장편영화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은 '전쟁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배지를 달고 나와 "전쟁 반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며 짧지만 강한 목소리를 냈다.
'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으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파벨 탈라킨 감독은 러시아어로 "별똥별 대신에 폭탄과 무인기(드론)가 떨어지는 나라들이 있다"며 "모든 아이의 이름을 걸고 지금 당장 모든 전쟁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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