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주한미군 4만5000명”…틀린 수치 들며 ‘호르무즈 파견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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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작전 동참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강도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군이 주둔하며 안보를 지원해 온 국가들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파견 결단을 강하게 압박했다.

지난 14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5개국을 거론하며 군함 파견을 요청할 때만 해도 ‘바라건대’라는 표현을 썼던 그는 15일 각국의 참여 여부를 “기억하겠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냈다. 16일에는 동맹국에 미군 주둔 숫자를 하나하나 제시하며 사실상 ‘파견 청구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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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스텔스 폭격기 모형을 손에 쥔 채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실제 주한미군 규모 약 2만8500명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가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일본에 4만5000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해 있고, 한국에도 4만5000명, 독일에 4만5000~5만 명의 병력이 있다”며 “우리는 이 모든 나라를 지켜주고 있는데 내가 ‘기뢰 제거함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우리가 관여하지 않는 게 가능할까요’라고 되묻는다”고 말했다.

실제 미군 주둔 규모는 이와 차이가 있다. 주일 미군 약 5만명, 주한 미군 약 2만8500명, 주독 미군 약 3만5000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에도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면서 “한국에는 4만5000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고 하는 등 주한 미군 규모를 4만 명 이상으로 언급한 적이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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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ㆍ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들이 부교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나토에 수조 달러쓰지만 美 안 도와”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가장 큰 교훈”이라며 “우리는 다른 나라들을 방어하기 위해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에 수조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며 “하지만 만약 우리를 방어해야 할 때가 온다면 그들은 그곳에 없을 거라고 나는 항상 말해 왔다”고 했다.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아 온 동맹국들이 정작 미국을 돕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이다.

호르무즈 해협 안전 보장을 위한 각국의 동참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동맹의 가치를 철저히 경제적 득실로 계산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적 동맹관’이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적 득실 따지는 ‘거래적 동맹관’ 재확인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트럼프-케네디센터 이사회와의 오찬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어떤 나라에는 4만5000명의 훌륭한 (미군) 병사들이 주둔하며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나 한국을 가리키는 말로 풀이됐다. 그는 이어 “40년간 우리가 여러분을 보호해 왔다”며 “그들(이란)이 탄약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많은 석유를 공급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원유 수입의 1% 미만을 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지만 일본은 95%, 중국은 90%, 한국은 35%를 들여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들이 돕기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 작전 동참을 거듭 촉구했다.

이 역시 현황과 거리가 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입에 대한 의존도는 한국 60%대, 일본 70% 안팎, 중국 40%대 수준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상선 호위 임무가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주요 에너지 수입국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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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태국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가 이란군 공격을 받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韓·日 겨냥 압박 더욱 거세질 듯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방어 작전 참여를 요구하며 드는 명분은 두 가지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를 공급받아 해협 안전 보장으로 이익을 얻는 실질적 수혜국, 그리고 미군 주둔을 통해 안보 우산의 지원을 받아 온 동맹국이 ‘받은 만큼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과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공급 의존도가 높고 미군 주둔 국가라는 두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돼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맨 처음 요구하며 특정한 국가는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이다. 이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군이 주둔하는 동맹이라면, 영국과 프랑스는 ‘대서양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다.

英 두고 “항모 지원 요청 거절…언짢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나토에 대한 실망감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특히 영국을 두고선 “언짢았다”는 말까지 쓰며 격한 감정을 직설적으로 토로했다. 그는 대(對)이란 군사작전 개시 이후 영국에 항공모함 두 척 파견을 요청한 사실을 공개하며 그들(이란)이 완전히 초토화된 뒤에 항공모함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필요 없다”며 “그래서 나는 매우 언짢았다”고 했다. 그러다 “아니 언짢았다기보다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영국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프랑스와 관련해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을 위해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그는 10점 만점으로 치면 8점 정도”라며 “제 생각에 그는 도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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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통과한 유조선들의 항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뉴욕타임스 등 외신 종합]

미·중 정상회담에도 불똥…“한 달 연기 요청”

이란 전쟁은 이달 말로 예정돼 있던 미·중 정상회담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담 일정을 한 달 정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 문제를 중국 측과 협의 중이라며 “전쟁 때문에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 제가 여기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별다른 계산 같은 건 없다. 일정을 조금 미룰 수 있겠지만 많이는 아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시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집무실을 비우는 데 부담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연기를 요청한 만큼 미·중 양국 실무진 사이에 회담 일정 조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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