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쿠바 1100만명 정전 쇼크…트럼프 "쿠바 점령 영광 누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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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로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쿠바에서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쿠바를 접수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압박을 강화했다.

16일(현지시간) 쿠바 에너지광산부는 X(옛 트위터)를 통해 “국가 전력 시스템의 완전한 단절이 발생했다”며 “현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쿠바 국영전력청(UNE)도 X에 “국가 전력망의 가동 중단에 따라 전력 시스템이 완전히 끊겼고, 현재 긴급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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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시민들이 불빛이 없는 깜깜한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쿠바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베네수엘라·멕시코 등에서 석유 지원을 받지 못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쿠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을 차단했다. 또, 쿠바에 원유를 수출하는 나라들에 고액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석유 수입이 3개월째 중단됐다”며 “현재 태양광, 천연가스, 화력발전 등에 의존해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 쿠바 국민의 약 1100만명이 전력 공급을 전혀 못 받고 있다. 사실상 쿠바 전체 인구다. 당국이 자체적으로 전력망을 가동 중이지만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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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의 한 도로변에서 행인들이 판매 중인 양파를 살펴보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EPA=연합뉴스

이로 인해 의료, 식량 시스템, 공공서비스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AP통신은 “쿠바의 의료 시스템은 오랫동안 만성적인 위기에 시달려 왔고 물자, 인력, 의약품 부족은 일상적인 문제였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의 제재 이후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쿠바에선 구급차가 응급 상황에도 연료가 없어 출동을 못 하고, 병원들 역시 정전에 시달리고 있다. 항공기 연료가 부족해 필수 의료 물자를 실어 나르는 항공편 운항도 중단됐다.

설상가상으로 의료 인력도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 쿠바는 의료 인력이 국가 소속이라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경제난으로 생활고를 겪게 되자 전문 인력인 의사들이 쿠바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 AP통신은 “현재 쿠바 의사의 한 달 월급으로는 계란 한 판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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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공개된 영상 캡처. 쿠바 모론의 공산당 당사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반정부 시위대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쿠바에선 지난 14일 공산당 당사를 공격하는 폭력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다른 국영 시설들도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15일 쿠바 국영TV에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계속되는 정전과 식량난에 따른 분노는 이해할 수 있지만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며 “파괴 행위와 폭력은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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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텔스 폭격기 모형을 들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전국적 사기 조사 태스크포스(TF) 출범을 공식화하는 내용이다. 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 점령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쿠바를 접수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지금 쿠바는 매우 약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개입을 통해 정권 교체를 시도했던 것과 달리, 쿠바에서는 경제 압박과 협상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NYT는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을 압박해 미국에 순응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쿠바는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관광·에너지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진출 잠재력이 크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일부 관리들은 강경파로 분류되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시장 개방 등 경제 개혁을 위한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협상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NYT에 “미국은 쿠바 협상 대표들에게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이후 조치는 쿠바 측이 결정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 협상단은 쿠바 측에 피델 카스트로 혁명 이념을 고수하는 일부 고령 관리들이 물러나는 것과 정치범 석방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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