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BTS ‘왕의 문’으로 나오나…‘군주급 컴백‘ 이뤄지는 광화문 월대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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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다음날 열리는 BTS공연이 준비되고 있다. 김정훈 기자
- 경복궁 내에서 시작하여 광화문 3개의 문이 모두 열리고, 이 문을 통해 등장하는 아티스트가 광화문 광장까지 걸어나가는 오프닝 시퀀스를 연출
- 경복궁, 광화문, 월대를 지나며 무대로 행진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실시간 중계 송출
지난 2월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궁능문화유산분과 소위원회에 제출된 하이브 측의 심의 허가 신청 내용이다. 신청서엔 경복궁(근정문, 흥례문), 광화문 및 광화문 월대 권역(담장 포함)과 숭례문을 활용해 ‘K-헤리티지’와 ‘K-POP’ 융합 공연을 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역대 유례없는 ‘군주급 퍼포먼스’의 주인공은 방탄소년단(BTS), 공연일은 오늘(21일)이다.
앞서 BTS는 이번 공연의 티저 영상을 경복궁 내에서 촬영했다. 촬영은 경복궁의 핵심 건물, 근정전 권역에서 이뤄졌다. 근정전은 왕의 즉위식 등 국가 주요 행사와 조회가 열리고 왕이 외국 사신을 접견하던 공간이다. BTS는 지난 2020년 이곳을 배경으로 ‘아이돌’을 부르고, 경회루에서 ‘소우주’를 열창하는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 등 일찌감치 경복궁에 강한 애착을 보인 바 있다.
7인의 멤버가 ‘군백기’를 마치고 4집 앨범 ‘아리랑(ARIRANG)’을 공개하는 첫 무대 역시 경복궁에서 출발한다. 애초 신청서는 광화문을 통과해 월대를 지나 메인 무대로 향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동선은 공연 직전까지도 꼭꼭 감춰져 있다. 특히 BTS 측은 광화문 석축부의 세 개 홍예문(虹霓門, 아치문)을 모두 열어주길 원했다. 이렇게 되면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개선문 형태의 구조물 사이로 광화문 너머 흥례문-근정전까지 한눈에 들어오게 된다. 14세기에 창건된 조선왕조 법궁의 질서정연한 공간건축 미학을 엿볼 수 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다음날 열리는 BTS공연이 전광판에 안내되고 있다. 김정훈 기자
만약 BTS가 광화문을 통해 등장한다면 세 개 가운데 과연 어느 문을 사용할 지도 관심사다. 세 개 홍예문 가운데 중앙 문이 가장 넓고 아치 높이도 살짝 높다. 이곳은 왕이 다니던 문이다. 신하들은 좌우로만 드나들었다. 이 때문에 요즘 재현하는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 때도 출입은 양쪽 문으로만 한다. 만약 BTS가 중앙 문으로 나와서 월대로 걸어간다면 국가행사에도 사용하지 않는 ‘왕의 문’을 쓴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지난 19일 통화에서 “애초에 공연 허가를 조건부로 내줬기에 궁의 역사성이나 유산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아티스트 쪽과 경복궁관리소 측이 꾸준히 협의해 왔다”면서 “실제 공연에서 ‘정도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나오지 않게끔 세심하게 짜고 있다”고 말했다. BTS가 ‘왕의 문’을 통과하는 일은 없을 거란 뜻으로 들린다.
반면 월대를 걸어서 무대로 오르는 건 별다른 이의가 없을 전망이다. 월대(月臺)는 궁궐의 주요 건물 앞에 조성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석조 플랫폼이다. 제례·하례·가례 등 중요한 의식의 중심 공간이면서 건물의 위엄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광화문 앞 외에도 경복궁 내 근정전 앞에는 상·하 2단의 월대가 조성돼 있고 왕의 침전인 강녕전과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그리고 왕이 업무를 보던 편전인 사정전 앞에도 월대가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관계자들이 무대준비를 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방탄소년단(BTS) 완전체 컴백 공연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광화문 월대에서 관계자가 설치된 공연 조명 주변을 지키고 있다. 뉴스1
국가유산청은 2023년 10월 광화문 월대를 약 100년 만에 복원하면서 이곳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왕과 백성이 소통하는 장소로 쓰인 곳”이란 의미를 강조했다. 이처럼 왕과 백성의 ‘소통’에 방점을 둬서인지 지금은 갑남을녀 누구라도 어도를 밟으며 광화문으로 들어설 수 있다. BTS가 월대와 어도를 가로질러 무대에 오르는 건 대한민국이 걸어온 민주공화제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21일 BTS 공연은 국가지정유산 사적인 경복궁 뿐 아니라 국보 숭례문까지 아우른다. 숭례문(성곽) 및 광화문 담장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 송출이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예고돼 있다. 미디어파사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이브 측은 허가 신청서에서 “한국의 문화적 가치와 메시지를 담은 공공문화 콘텐츠 제공”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로 실시간 송출되는 컴백 공연 화면에 광화문에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세종대로의 장엄함과 역사성이 어떻게 담길지가 눈여겨볼 포인트다.
국가지정유산이 대규모 민간 행사장으로 활용되면서 주무부처인 국가유산청은 긴장 속에 안전 관리에 전념하고 있다. 공연 당일 경복궁·덕수궁은 휴궁하되 주·야간 50여 명이 근무하며 상황을 살핀다. 궁궐 담장 낙서, 기와 파손 등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립고궁박물관 유물 보존과학 전문가를 중심으로 20여 명도 공연 전후에 근무할 예정이다. 숭례문 순찰 인력 또한 평소 대비 3배 이상 늘렸다. 숭례문은 당일 오후 3시부터 관람을 제한하고, 15회에 걸쳐 영상을 선보이는 동안 하이브 측도 210여 명의 안전 요원을 배치한다.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컴백하는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외벽에 BTS 신보 '아리랑'(ARIRANG)을 주제로 한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지고 있다. 전세계 케이팝 팬들의 이목이 쏠린 ‘방탄소년단 더 컴백 라이브: 아리랑’은 오는 21일 저녁 8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막을 올린다. 뉴스1
100년 만에 복원된 광화문 월대…서수상은 이건희 유족 기증

지난 2023년 10월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월대 복원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마지막 정리 작업을 하는 모습. 광화문 월대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전차 철로 설치 등으로 훼손된 뒤 도로로 사용돼왔으며 2006년부터 복원이 시작돼 약 100년 만에 제 모습을 찾았다. 뉴스1
광화문 앞 월대는 가로(동~서 길이) 약 48m, 세로(남~북 깊이) 약 29m 규모다. 면적으로는 약 1300~1400㎡로 농구장 2개 조금 넘는 크기다. 중앙 어도(御道), 즉 왕이 다닌 길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 구조다. 조선 고종(재위 1863∼1907)이 1865년 무렵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 조성됐다. 이후 일제가 1923년 전차 선로 개설과 도로 정비 등 이유로 없애버렸고 부재(部材, 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중요 재료)들의 행방도 묘연해졌다.
광화문 월대 복원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경복궁 복원 사업과 맞물려 광화문 앞 월대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광화문 앞 사직·율곡로 축소·변경에 따른 교통 불편 등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2010년 광화문 복원 공사가 완료되고 본격화한 월대 복원 논의는 여러 토론과 절충 끝에 2018년 계획안이 발표됐고 2022년 착공에 들어갔다. 특히 발굴조사를 통해 당초 월대의 위치와 규모가 유구(遺構, 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이 남은 자취)를 통해 확인되면서 원상 복원에 탄력이 붙었다.

고 이건의 삼성 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서수상이 서울 광화문 월대에 놓여져 있다. 김종호 기자
월대 복원의 화룡점정이 된 것은 한 쌍의 서수상(瑞獸像, 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이다. 애초 월대의 양쪽 난간 앞쪽에 자리했던 이들 석조각이 100년 만에 확인된 건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야외 정원에서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생전 소장품으로 유족 측은 이들 석조각의 ‘신원’이 확인되자 2023년 국가에 기증했다. 이에 앞서 동구릉(경기도 구리시)에서 보관해온 난간석 부재 50여 점 또한 광화문 월대에서 해체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복원에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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