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트레스 때문? 3개월 넘게 못 자면 '뇌 고장' 났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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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각성 높아 잠 못 드는 악순환 차단
환자 따라 인지행동치료·약물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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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이어질 때 많은 사람은 이를 일시적인 스트레스나 피로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일주일에 세 번 이상, 3개월 넘게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한다면 이는 ‘만성 불면증’이다. 이는 단순한 생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또한 불면증은 우울증, 불안 장애 등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상이 지속될 경우 정신과적 요인을 함께 고려한 평가와 치료가 중요하다.

불면증 치료 시에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는 환자와 약물을 사용해야만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는 환자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사용 없이도 해결할 수 있는 환자라면 인지행동치료(CBT-I)를 일차적으로 시행한다. 잠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비합리적인 믿음을 교정하고, 침대를 ‘잠 못 이루는 공간’이 아닌 ‘잠을 자는 공간’으로 다시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많은 환자가 ‘오늘은 꼭 자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오히려 각성을 높이고 악순환을 만든다. 치료는 이 악순환을 끊는 데 초점을 둔다.

후자의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기존의 진정 중심 수면제는 뇌의 억제 신경계를 강화해 졸음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벤조디아제핀계(Benzodiazepines) 약물과 비(非)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GABA 수용체를 통해 중추신경계 억제 작용을 강화해 비교적 빠르게 수면을 유도하고, 단기적인 수면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장기 사용 시 의존성과 내성이 나타날 수 있고, 다음 날 잔여 졸림, 인지 기능 저하, 낙상 위험 등의 부작용이 보고돼 신중한 처방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최근 뇌의 각성 시스템 자체를 표적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많이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DORA)다. 오렉신은 뇌에서 각성을 유지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신경 전달 물질로, 불면증 환자 중에는 이런 각성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는 경우가 많다.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는 이 신호를 선택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뇌를 전반적으로 억누르는 대신 ‘깨어 있으라는 신호’를 낮춰 수면과 각성의 균형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임상연구에서도 의존성이나 금단 현상이 상대적으로 낮고, 수면 중 복합 행동과 같은 부작용 위험이 적은 것으로 보고된다.

불면증은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잠이 흔들린다는 것은 뇌의 스트레스 조절 체계가 과부하 상태에 놓였다는 신호일 수 있다. 불면이 반복된다면 자신을 탓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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