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꽃가루 날리면 고통스런 비염…불치병 인가요?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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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의 한의학적 치료
수술로 근본적 해결 못해 증상 반복
폐 기능 저하, 면역 불균형 복합 작용
약침·한약 병행 치료로 재발 줄여야
직장인 신모(35)씨는 봄이 달갑지 않다. 꽃가루 날리는 환절기만 되면 비염 증상이 심해져서다. 요즘은 아침마다 휴지 한 통을 비워낼 만큼 콧물과 재채기에 시달린다. 코막힘까지 겹쳐 낮에는 입으로 숨을 쉬고, 밤에는 숙면을 이루지 못한다. 신씨는 “약을 먹어도 그때뿐”이라며 “비염은 원래 낫지 않는 병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환절기는 비염이 악화하기 쉬운 시기다. 큰 일교차와 건조한 공기 탓에 코점막이 쉽게 민감해지고, 먼지나 꽃가루 같은 외부 자극이 더해지면서 콧물·재채기·코막힘 증상이 두드러진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대표원장은 “비염은 코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호흡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코는 호흡기의 첫 관문이다. 외부 공기를 데우고 습도를 맞춰 폐에 적절한 산소를 공급한다. 유해 물질을 걸러내는 역할도 수행한다. 하지만 염증이 반복되면 코점막은 제 기능을 잃게 된다. 영동한의원 홍은빈 원장은 “만성 비염으로 진행할 경우 코점막이 부어 공기 통로가 좁아지고, 가온·가습·방어 기능이 떨어져 폐로 유입되는 공기의 질도 나빠진다”고 말했다.
손상된 점막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해 비염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정상 점막은 선홍빛을 띠고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염증이 지속되면 건조하고 위축돼 탄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축농증과 두통, 코피, 코골이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축농증·두통·코골이 등 유발
수술이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안의 구조물을 절제해 일시적으로 통로를 넓힐 순 있지만, 점막 기능이 회복되지 않으면 염증이 다시 심해지면서 코막힘이 반복될 수 있다. 김 대표원장은 “비염이 심한 경우 수술이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우선 염증을 가라앉힌 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의학에서는 비염을 전신 상태와 연관된 질환으로 본다. 코의 국소 문제가 아니라 폐 기능 저하와 면역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홍 원장은 “실제 비염 환자 중에는 식후 쉽게 땀이 나거나 피로를 느끼고, 배변 후에도 개운하지 않은 후중감을 호소하는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진단과 치료도 코에만 머물지 않는다. 비(鼻)내시경으로 코 구조와 점막 상태를 확인하면서 폐 기능과 소화기 상태까지 평가해 입체적으로 원인을 파악한다. 환자 상태는 ▶기관지와 코가 과민해진 경우 ▶비강과 점막이 위축된 경우 ▶식도역류로 인한 자극이 동반된 경우 등 다양하다. 이에 따라 전신 면역을 먼저 개선할지, 국소 염증 조절에 집중할지를 구분한다.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가 핵심이다.
코와 기관지, 폐를 하나의 체계로 보는 ‘통합 기도 질환’ 개념도 강조된다. 김 대표원장은 “최근 연구에선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환자의 10명 중 9 명은 콧물·코막힘 등 만성 비염 증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이는 상기도와 하기도 염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대표원장(왼쪽)과 홍은빈 원장이 치료에 쓰이는 한약재를 살피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전신 상태 개선하는 복합 치료 주목
만성 비염 치료의 목표는 염증이 재발하지 않는 점막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점막 기능이 회복되면 계절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호흡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치료법은 ‘비내시경하 점막 약침 치료’다. 비내시경으로 콧속 구조를 확인한 뒤 울혈(鬱血)된 점막 부위에 약침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홍 원장은 “천연 한약 유래 성분의 약침으로 울혈된 점막을 자극하면 혈액 순환과 조직 탄력이 개선되고, 코와 기관지로 이어지는 호흡 경로가 원활해진다”며 “이 과정에서 입천장과 호흡에 관여하는 점막·근육까지 치료해 회복을 이끈다”고 말했다.
천식을 동반한 비염은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럴 땐 면역력을 높이는 맞춤 한약이 처방된다. 소청룡탕을 기본으로 환자 체질과 상태에 맞게 가감한 한약 치료를 병행해 체온 조절과 점막 기능 회복을 유도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면역 과잉 반응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김 대표원장은 “비내시경 점막 약침과 한약 치료를 병행하면 만성 염증과 콧속 물혹을 완화하고 호흡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실제 임상에서도 이러한 복합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이 개선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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