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로에베, 파리 패션위크에서 보여준 ‘공예의 확장’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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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가을·겨울 파리 패션위크 리포트 ㅣ 로에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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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현지시간) 파리 패션위크 기간 선보인 로에베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쇼 현장.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우리에게 만드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기쁨의 표현이다.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

디자이너 잭 맥컬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가 쇼노트에서 밝힌 이 문장은 지난 3월 6일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로에베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조나단 앤더슨 이후 올해 봄·여름 시즌부터 로에베를 이끌고 있는 두 디자이너는 이번 시즌 ‘공예의 확장’이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로에베 합류 전 프로엔자 스쿨러에서 활동한 이들은 색감과 소재, 구조를 다루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로에베의 공예와 결합해 보다 실험적인 형태로 발전시켰다.

특히 이번 쇼는 브랜드 최초로 남성과 여성복을 동시에 선보이며, 성별 구분 없이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적용했다. 두 번째 컬렉션인 만큼 첫 시즌의 밝고 직관적인 분위기에 실험 요소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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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쇼의 관람석에서 미리 자리를 차지하고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는 문어 모양 설치 작품. 독일 기반 아티스트 코지마 폰 보닌의 작품이다.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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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공간 곳곳에 조개, 강아지, 물개, 문어, 고래 등 코지마 폰 보닌의 동물 모양 작품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쇼는 파리 동쪽에 위치한 중세 왕실 성곽 샤토 드 뱅센(Château de Vincennes)에서 열렸다. 14~17세기 프랑스 왕들이 거주하던 공간으로, 폐쇄적이고 단단한 구조가 컬렉션의 실험적인 성격을 강조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공간 연출은 아티스트 코지마 폰 보닌과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강아지, 조개, 돌고래 등 동물 형상의 오브제가 관객석과 쇼 공간 곳곳에 배치됐다. 이 오브제들은 관객처럼 자리에 앉아 쇼를 바라보는 동시에 전시 요소로 기능하며, 관객과 작품의 경계를 흐렸다. 쇼 시작 전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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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쇼에서 선보인 구조적인 가죽 아우터. 스쿠버 슈트에서 영감 받은 실루엣이다.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소재와 구조 실험, 옷의 형태를 다시 설계하다

이번 컬렉션은 소재와 제작 방식에 대한 실험에 집중했다. 지난 시즌 스쿠버 룩에서 확장된 구조적인 가죽 재킷은 이번 시즌에도 주요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이와 함께 3D 프린팅과 라텍스 주조로 만든 드레스와 상의가 눈에 띄었다. 레이스 가장자리, 리본 장식, 조직까지 입체적으로 구현해 형태 자체를 만들어낸 옷이라는 인상을 준다. 코트 역시 소매와 포켓, 여밈 구조를 개별적으로 제작해 결합하는 방식으로 구성해 착시 효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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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과 라텍스 주조로 만든 드레스.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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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과 라텍스 주조로 만든 상의와 털을 짧게 깎아 만든 시어링 코듀로이 팬츠.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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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재 대신 공기를 불어 넣은 가죽 코트와 스카프.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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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역시 공기를 몸판 전체와 주머니 덮개에 불어 넣어 볼륨감을 줬다.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공기를 주입한 패딩 디자인도 특징이다. 코트, 스커트, 스카프 등에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구조를 적용해 별도의 충전재 없이도 볼륨을 형성했다. 공기량에 따라 실루엣을 조절할 수 있어 기능을 디자인으로 확장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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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를 섞고, 하나의 시어링 안에서도 털을 짧고 길게 깎는 등 실험 정신을 보여준 시어링 재킷.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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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벌의 옷에 여러 개의 시어링 후드(모자)를 단 점퍼.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전통 소재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재가공됐다. 시어링은 깎고 염색해 얇고 단단한 질감으로 변형했고, 이를 코듀로이처럼 활용했다. 가죽을 실처럼 가공해 니트로 짜거나, 래커 처리한 가죽으로 부클레 조직을 구현하는 등 소재 자체를 변형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로에베가 가죽 중심 브랜드에서 소재 실험을 확장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마조나 180, 그리고 액세서리가 된 아트워크

이번 시즌의 핵심 가방은 ‘아마조나 180’이다. 로에베 창립 18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모델로, 기존 아마조나 백을 더플백 크기로 확장했다. 여기에 강아지와 게 모티프 참을 더해 쇼 공간의 동물 오브제와 연결성을 만들었다.

‘플라멩코’ 클러치는 가죽을 이어 붙이는 인타르시아 기법으로 제작됐으며, 블루와 화이트의 모자이크 패턴을 적용했다. 새롭게 선보인 ‘위스커’ 백은 단단한 상단 구조와 부드러운 바디를 결합해 형태 대비를 강조했다. 신발에서는 고무 몰딩 스니커즈와 다이브 슬링백이 등장해 스포츠웨어 요소를 더했다. 동물 모티프는 주얼리와 참 등 액세서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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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모티프를 부착한 아마조나 180 백.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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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와 가죽 소재를 함께 사용한 슈즈. 사진 로에베 ⓒDaniele Oberrauch

이번 컬렉션은 로에베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공예를 기반으로 하되, 이를 새로운 소재와 제작 방식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동시에 유머와 실험을 통해 브랜드의 표현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잭 맥컬로와 라자로 헤르난데스는 로에베를 전통적인 가죽 브랜드에서 공예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를 제안하는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있다.

로에베를 ‘하나의 세계’로 만드는 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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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쇼가 끝난 뒤, 무대 인사를 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잭 맥컬로와 라자로 헤르난데스 디자이너.

인터뷰 ㅣ 잭 맥컬로 & 라자로 헤르난데스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번 시즌 처음으로 남성과 여성복을 함께 선보였습니다. 작업 방식에 변화가 있었나요.
“처음에는 전혀 다른 방식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동일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원단 사용량이나 신체 비율 정도의 차이일 뿐, 접근 방식 자체는 같습니다.”
라자로 “비율·색·선·형태·실루엣을 다루는 기준은 동일합니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남성과 여성 룩을 함께 구성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결됐습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개념은 무엇인가요.
라자로 “우리는 ‘공예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공예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입니다. 놀이처럼 접근하는 것이고, 그 안에는 유머와 가벼움이 있습니다.”
잭 “지금은 그런 감각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무거운 메시지보다 가볍고 즐거운 태도가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조나단 앤더슨 이후, 로에베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있나요.
잭 “지난 시즌에서 시작한 것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 시즌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라자로 “브랜드는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컬렉션·이미지·쇼가 같은 언어로 연결돼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로에베만의 언어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코지마 폰 보닌과의 협업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잭 “시즌 초반 그의 작업을 참고하다가 직접 연락을 했습니다. 이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쇼 공간 작업까지 함께하게 됐습니다.”
라자로 “그의 작업은 유머와 기이함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가볍지만 낯선 긴장감이 있는데, 그 대비가 이번 컬렉션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컬렉션 전반에서 스포츠웨어 요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라자로 “우리는 뉴욕에서 활동해온 디자이너로, 스포츠웨어에 익숙합니다. 분리된 아이템 중심의 옷 입는 방식이 특징인데, 이를 컬렉션에 반영했습니다.”
잭 “스포츠웨어는 우리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요소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이를 공예와 결합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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