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내 안에 있었어요…자라지 못한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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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이금이 작가는 지난해 출간한 장편 소설 『슬픔의 틈새』를 청소년판으로 다시 선보였다. 작가의 말을 새로 쓰고 표지를 더 화사하게 바꾸었다. 내용과 제목은 바뀐데 없이 거의 그대로다. 청소년판을 낸 이유는 단 하나. 청소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처음엔 내가 남들과는 다른 동심을 가지고 있구나 했는데, 최근에 깨달았어요. 내 안에 자라지 못한 아이가 있구나. 걔가 내 이야기를 계속 해달라고 하는 거구나.”
『영구랑 흑구랑』(1991), 『너도 하늘말나리야』(1999), 『유진과 유진』(2004), 『소희의 방』(2010), 『너를 위한 B컷』(2023) 등을 펴낸 42년 차 소설가 이금이(64). 지난 18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을 때 그는 30여년간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써온 후에야 그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두 번째로 올랐다. 작가는 “2024년 첫 후보 땐 기대가 없어서 ‘보너스’ 같은 기분이었다”며 “최종 후보에 오르기 전까지는 부담이 컸는데, 지금은 마음이 놓이며 감사한 분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데르센상은 덴마크의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을 기려 1956년 제정된 아동문학상. 2년마다 아동문학 발전에 공헌한 글·그림 작가를 한 명씩 시상한다. 각국 안데르센 위원회가 자국 대표 작가를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에 추천하면, 국제 심사위원들이 선정한다. 비영어권 도서의 경우 영문 번역본을 제출해야 한다. 올해 최종 수상자는 4월 13일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발표된다.
이번에 이 작가와 IBBY 한국지부가 함께 논의해서 올린 책은 2023년 영미권에 출간된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2016, 사계절),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 창비)과 따로 영문판이 출간되지 않아 심사를 위해 번역한 『하룻밤』(2016, 사계절), 『밤티마을 마리네집』(2024, 밤티), 『너를 위한 B컷』(2023, 문학동네)이다.
“영미권에 출간된 책은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에 포함되는 책이에요.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 『하룻밤』, 30여년 간 이어 온 ‘밤티마을 시리즈’의 최신간인 『밤티마을 마리네집』, 유튜버를 꿈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 『너를 위한 B컷』을 골랐습니다. 나라는 작가가 만들어 온 세계를 잘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표작으로 꼽히는 『유진과 유진』은 지난 2024년 추천작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빠지게 됐다.
그에 따르면 “일반 소설로 분류되는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소설들도 사실 청소년들을 위해 쓴 책”이라고 한다. 『거기…』, 『알로하…』, 『슬픔의 틈새』(2025, 사계절)는 각각 일곱살, 열여덟살, 열세살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책들은 모두 청소년판으로 재출간됐다.
그는 “2020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마음을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 들어가는 건 청소년 이금이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열 살 때 알프스소녀 하이디를 읽으며 ‘하이디와 내 마음이 같다’는 사실에 놀라고, 위로받은 경험이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무 걱정 없고 문제없을 것 같은 아이들도 슬픈 마음이 있고 아픔이 있어요. 그런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도 내가 느꼈던 위로나 희망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AI(인공지능) 등장 이후에 인간의 존재의미를 보여줄 수 있는 것 중 ‘공감 능력’이 꼽히잖아요. 그런데 한국 아이들의 현실은 틀에 박혀있고 쳇바퀴 돌 듯 생활하죠 . 그럴수록 책을 통해 공감하고 공감받는 경험을 해볼 수 있게 어른들이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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