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로 법개정 10배 빠르게" 日 돌풍 일으킨 '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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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과 총리관저 등이 몰려있는 일본 정치1번지 ‘나가타초(永田町)’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초신참 정치인이 있다. 지난해 5월 만들어진 정당 ‘팀미라이’의 대표 안노 다카히로(安野貴博·35)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창업가이자 소설가인 그는 지난해 7월 참의원(상원) 금배지를 달았다. 올해 2월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선 의석을 0석에서 무려 11석으로 늘리며 일본 정계에 충격을 던졌다. “AI로 나가타초의 처리 능력을 10배로 올려야 한다”는 그를 지난 17일 참의원 회관 의원실에서 만났다.
안노 다카히로 팀미라이 대표가 지난 17일 일본 도쿄 참의원(상원) 회관에 있는 자신의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의원실에 붙어있는 작은 회의실 문을 열자 그가 나타났다. 고무줄로 질끈 당겨 묶은 꽁지머리 스타일에 편안한 지퍼 셔츠를 입고서다. 검정 일색의 정장을 입은 여느 국회의원과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정치 입문부터 나카타초의 문법과는 확연히 달랐다. 2024년 도쿄도지사 선거를 앞둔 어느 날, 동갑내기 아내 구로이와 리나(黒岩里奈·35)와 산책 중 그가 “선거 기간을 유권자와의 양방향 소통의 장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하자,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직접 나가서 바꾸면 되겠네.” 이후 그는 도쿄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고, 낙선했다.
- 아내와 산책하다 도쿄도지사 선거 출마 결심을 했는데.
- “원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AI, 스타트업을 하면서 산업 구조를 바꾸는 데 관심이 많았다. 정치라는 분야는 손에 닿지 않는 영역이었고, 새로운 시도도 많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지 않을까, 기술을 활용한 새 정치 시스템, 새로운 정당 형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는 뜻밖에도 프랑스 정치사상가인 ‘몽테스키외’를 꺼내 들었다.『법의 정신』에서 전통적인 삼권분립을 제시했던 몽테스키외 이름을 딴 스타트업 이름을 만들 정도로 심취했다고 했다. “몽테스키외의 원래 구상은 삼권분립이 아니라 9권 분립 정도였다고 한다. 여러 모듈, 조직을 만들고 각각 정보를 교환하면서 서로 감시하는 구조였다는 거다. 이게 실제로 구현돼 삼권분립 형태로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건데,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 정치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나.
- “가장 중요한 건 나가타초의 처리 능력을 10배 올리는 것이다. 현재 법 개정 속도는 연간 100건 정도인데, 이 속도론 사회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정보 흐름을 재설계해야 한다. 유권자, 전문가, 당사자의 의견을 수집해서 국회 논의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당으로서 할 일은 두개다. 하나는 의견 수집 플랫폼을 구축하고, 다른 하나는 이를 정책과 질의로 변환하는 내부 프로세스의 DX(디지털 전환)이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 참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안노 다카히로 팀미라이 대표.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 “기술로 정당성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전자투표만 도입해도 매번 국회에서 30분씩 걸리는 투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페이퍼리스화, 온라인 질의도 가능하다. AI가 정당 간 협상을 중재하는 미래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비용은 낮아지고 합의 수는 늘어난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도 성과 측정을 내건 적이 있다. 그는 2014년 아내와 결혼했는데 프로포즈 때 역할에 대한 자신의 중장기 계획과 평가 지표 측정(KPI)을 담은 ‘제안서’를 내밀었다고 한다.
- 정치도 그런 접근이 통한다고 느끼나.
- “아직 모색 중이다. 다만 여러 공공사업이나 예산에 대해 KPI로 판단하는 발상이 거의 없다고 느낀다. 돈을 투입하긴 하는데, 그것이 좋은 영향을 줬는지 나쁜 영향을 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왜 돈을 써야 하는지는 설명하지만, “그래서 투입했다”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문제를 해결했는지, 다른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지, 더 좋은 방법은 없었는지와 같은 검증이 부족하다.”
- 정치권에 들어와서 변화 가능성을 느끼나.
- “아직 8개월 정도라서. (웃음) 그럼에도 성과는 조금씩 나오고 있다. 정부의 AI 기본계획에도 자율주행 등 제안을 해 7개 중 4개가 채택됐다.”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가는 그에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물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직접 프로그래밍을 했던 남다른 아이였던 그는 SF(공상과학) 소설을 즐겨 읽었다고 했다. 스티븐 호킹의 책과 잠입 액션 게임의 대명사인 ‘메탈 기어 솔리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개인사를 얘기하는 것이 쑥스러운 듯 그는 “컴퓨터 좋아하는 사람이 거치는 콘텐트는 거의 다 접했다”며 웃었다.
명문 학교인 카이세이(開成)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도쿄대 공학부에 진학했고, 졸업과 함께 보스턴 컨설팅그룹에 들어갔다. 2018년엔 AI를 활용한 법률 서비스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SF 소설가로도 등단했는데 2019년엔『컨티뉴어스 인테그레이션』을, 2021년엔 자율주행을 소재로 한 소설 『서킷 스위처』를 발표해 일본 SF 작가 클럽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재능 덕에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32만명에 달하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7만명이 넘는다.
- 실패한 적은 없나.
- “있다(웃음). 사업 아이디어가 실패한 경우도 있고 소설을 쓰다 완성을 못 한 적도 있다.”
- 어떻게 극복하나.
- “실패라는 개념 자체를 다르게 본다. 리스크(risk)와 리턴(return)의 균형 문제다. 실패 확률이 높은 상황에선 작게 실패해야 한다. 스타트업에선 ‘빠르게 실패하라’가 기본이다. 1년 걸려 실패하면 손실이 크지만 2일 만에 실패하면 문제가 안 된다.”
- 정치가로서의 비전은 뭔가.
- “총리를 목표로 하진 않는다. 다만 정책 실현에 필요하다면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순 있겠다. 우리는 양당제의 한 축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다당제 속에서 신뢰받는 하나의 축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 무리하게 외연 확장을 하기보다 지금 방향성을 유지하며 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노 다카히로 대표는
1990년 12월 1일 도쿄 분교쿠 출생. SF 작가이자 AI엔지니어, 스타트업 창업가, 정치가라는 이색 이력을 갖고 있다. 도쿄대 공대를 졸업하고 보스턴 컨설팅에 입사했고, 그해 같은 대학을 나온 동갑내기 아내와 결혼했다.
2015년엔 로봇 페퍼와 함께 만담 대회인 M-1에 출전했는데 2차 예선에서 떨어졌다. 그는 자신의 ‘실패’ 사례로 페퍼의 2차 예선 탈락을 꼽았지만 당시 일본 미디어들은 로봇 페퍼의 1차 예선 통과를 의미있게 보도했다. 2018년엔 리걸 테크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후에 이 회사는 미쓰비시상사와 히타치제작소에 AI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
안노는 2022년 '기술을 활용한 예술'을 공부하겠다며 불쑥 영국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oyal College of Art)로 유학을 갔다. 『서킷 스위처』등 두편의 SF 소설로 상을 타기도 했던 그는 2024년 도쿄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5위로 낙선했지만 AI 기술을 활용한 선거전략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듬해 5월 팀미라이를 창당하고, 7월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하며 금배지를 달았다.
2026년 2월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정당 투표로 381만표(득표율 6.7%)를 얻으면서 중의원 의석을 0석에서 11석으로 크게 늘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의원이 된 뒤인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만나 “한·일 간 새롭게 정치 문화를 바꿔가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데블스 플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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