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펀치 남달랐다"…취미로 글러브 낀 여대생 '복싱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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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복싱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신보미레. ‘복싱의 성지’인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WBA·IBF·WBO 여자 수퍼페더급 통합 챔피언 알리시아 바움가드너와 타이틀전을 벌인다. 김경록 기자
“솔직히 다른 일을 해볼까 많이 고민했죠. 그런데 링 위에서 상대를 쓰러뜨릴 때보다 더 짜릿한 건 없더라고요. 묵묵히 한 우물만 팠더니 세계 챔피언에 도전할 기회가 찾아왔네요.”
스파링을 마치고 마주한 얼굴은 온통 땀범벅에 상처투성이였지만, 눈빛 만큼은 매서웠다. 굶주린 맹수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19승3무3패(10KO)의 전적과 아시아 챔피언 타이틀. 여대생에서 프로복서로 변신한 지 10년 만에 일군 성과다.
24일 인천 서구 소재 한 복싱장에서 여자 프로복싱 간판 신보미레(32·신길권투체육관)를 만났다. 그는 다음달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WBA(세계복싱협회)·IBF(국제복싱연맹)·WBO(세계복싱기구) 여자 수퍼페더급(58.9㎏) 통합 챔피언 알리시아 바움가드너(32·미국)와 타이틀전(3분 10라운드)을 치른다. 이기면 3대 기구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모두 가져온다. 승패를 떠나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맞대결 등 역사적인 명승부가 수없이 펼쳐진 유서 깊은 공간에 한국 복서가 오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사진 신보미레 SNS

이번 대회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 된다. 바움가드너는 WBA·IBF·WBO·WBC(세계복싱평의회) 등 복싱 4대 기구를 싹쓸이한 수퍼페더급의 절대 강자다. 전적도 16전 15승1패(7KO)로 화려하다. 신보미레는 “타이틀전이 잡힌 올해 초부터 매일 5시간 이상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바움가드너와 경기를 머릿속에 그리며 잠자리에 든다”고 전했다.
신보미레는 취미로 복싱을 시작했다가 세계적인 강자로 성장한 드라마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서울여대 체육학과 2학년이던 지난 2014년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체육관에서 처음 글러브를 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입문했지만, 실력은 무서운 속도로 늘었다. 당시 체육관 관장으로 인연을 맺어 현재까지 지도 중인 윤강준 코치는 “펀치력이 남다른데, 맞는 걸 두려워 않는 배짱도 있었다. ‘챔피언으로 키울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고 첫 만남을 떠올렸다. 윤 코치의 예감은 적중했다. 지난 2016년 프로에 데뷔한 신보미레는 2020년까지 9승3무로 무패 가도를 달렸다. 2022년엔 WBO 아시아퍼시픽 수퍼페더급 챔피언에 올랐다.
링 위에선 승승장구했지만, 바깥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40~80만원 선에 불과한 국내 대회 파이트머니(대전료)로는 생계를 꾸릴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낮엔 글러브를 끼고 밤엔 편의점, 식당, 빵집, 전단지 돌리기 등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었다. 2년 전 후원사가 나타났고, 아시아 챔피언에 오른 이후엔 대전료도 5000만원 선으로 올라 비로소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신보미레는 “바움가드너는 한 경기에 수 억원대를 받는다. 해외에선 여자 경기여도 스타 선수 간 대결에 100억원이 넘는 대전료가 책정 된다”면서 “하루 빨리 세계 챔피언 벨트를 가져와 돈도 많이 벌고 한국에 다시 한 번 ‘복싱 붐’을 불러 일으키고 싶다”며 웃었다.

작년 타이틀전을 앞두고 챔피언 드보아와 맞선 신보미레(오른쪽). [사진 노사이드 스튜디오]
신보미레는 글러브 하나 챙겨 미국이나 호주로 전지훈련 떠나는 걸 즐긴다. 무작정 현지 체육관을 찾아가 최고수와 대결하는 이른바 ‘도장 깨기’로 담과 실력을 키웠다. 지난해 3월 라이트급(61.2㎏급)으로 두 체급을 올려 WBC 챔피언인 캐롤라인 드보아(영국)에 도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과는 아쉬운 판정패였지만, 챔피언을 상대로 위력적인 펀치를 쏟아내 복싱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름(보미레)에 빗대 ‘봄(폭탄) 펀쳐’라는 별명도 얻었다.
신보미레는 “KO는 물론, 단 한 번의 다운도 허용한 적 없을 만큼 맷집은 자신 있다”면서 “나만의 폭탄 펀치로 챔피언 벨트를 가져오겠다. 봄에 태어났다는 뜻을 지닌 내 이름처럼 복싱 인생의 봄을 열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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