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제니 화제몰이에 “성공적” 호평이어져… 파리 패션위크 달군 샤넬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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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가을·겨울 파리 패션위크 리포트 ㅣ 샤넬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샤넬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쇼. 사진 샤넬
지난 3월 10일(현지시각) 파리 중심에 위치한 ‘그랑 팔레’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의 시선은 모두 위로 향했다. 천장 가까이 솟은 대형 크레인 여러 대가 공간을 가로지르며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을 연상시키는 이 구조물은 패션쇼의 무대장치이지만, 이는 새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디자이너 마티유 블라지는 높게 솟은 대형 크레인 모형을 무대장치로 연출해, 샤넬의 세계를 새로 '건설'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 샤넬
대형 크레인 연출은 샤넬의 새로운 시대를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장치다. 지난 시즌 ‘우주’라는 확장된 세계를 제시했던 흐름이, 이번에는 ‘건설’이라는 단계로 이어졌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단계에서, 실제로 그것을 쌓아 올리는 단계로 넘어왔다는 의미다. 크레인은 그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도구다.
컬렉션을 통해 이와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이는 디자이너 마티유 블라지다. 그는 지난해 샤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해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 이어 이번 시즌 두 번째 컬렉션을 선보였다. 첫 컬렉션은 ‘샤넬’이라는 세계를 만났다는 의미로 ‘우주’로 정했는데, 이번에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새로 쌓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건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해체하고 다시 짓기, 트위드의 실험
컬렉션은 실용적인 블랙 니트 재킷과 스커트 룩으로 출발해 실험의 장이 된 트위드 룩, 멜리아를 블라지 스타일로 재해석해 보여준 플라워 드레스·재킷, 화이트·옐로·오렌지 등 화사한 색을 한 벌에 담아낸 퍼 코트, 메탈릭 소재 드레스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흥미로운 점은 언뜻 보기엔 익숙한 샤넬의 코드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소재와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샤넬의 대표 소재인 트위드에서 이런 실험이 집중됐다. 트위드는 원래 실을 일정한 격자 패턴으로 직조한 소재다. 이번 컬렉션에선 자개·자수·프린지 등을 활용해 트위드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전통적인 직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식과 표면 처리를 통해 착시 효과를 낸 트롱프뢰유(Trompe-l’œil)식 접근이다.
샤넬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트위드 룩. 브랜드의 전통적인 트위드 룩에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 새로운 샤넬 룩을 완성했다. 사진 샤넬
트위드 스커트 아래 레이스를 덧붙이고, 상의로는 보머를 매치해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했다. 사진 샤넬
격자 무늬에서 탈피해 빛나는 메탈릭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트위드 룩. 사진 샤넬
아이템별로 보면 변화는 더 뚜렷하다. 의류는 트위드 수트와 니트 셋업을 중심으로 시작해, 플라워 모티브와 장식적 소재를 더한 드레스까지 이어진다.
실루엣은 1920년대에서 가져온 드롭 웨이스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허리선이 엉덩이 아래로 내려 새로운 비율을 만들고, 여기에 벨트 장식을 더해 확실하게 실루엣을 정리했다. 재킷은 여유롭지만 오버사이즈는 아닌 일자 실루엣으로, 점퍼 또한 허리선 길이로 디자인해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상의를 구성했다. 스커트는 무릎 길이의 미디 스커트가 주를 이뤘는데 H라인, 플리츠 스타일로 절제된 실루엣에 실험적인 소재를 사용해 신선함을 줬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은 로우 웨이스트 실루엣. 사진 샤넬
엉덩이 선까지 내려온 로우 웨이스트 라인에 벨트를 달아 실루엣을 강조했다. 사진 샤넬
꽃잎이 둥근 카멜리아를 자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플라워 모티프의 룩. 사진 샤넬
화이트, 옐로, 레드, 블랙 컬러가 하나의 옷에 담긴 퍼 코트. 사진 샤넬
가방은 클래식 플랩백을 기반으로 하되, 소재와 표면 처리에서 변화를 줬다. 광택감 있는 소재와 장식이 더해지며 존재감이 커졌다. 신발은 투톤 슈즈를 변형한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베이지 몸체에 검정 앞코 부분을 가진 전통적인 컬러 조합과 함께, 메탈릭 소재나 블루 컬러 등 다양한 소재와 컬러로 변주됐. 또한 제니가 쇼 현장에서 신은 둥근 세로 절개선이 들어간 스퀘어 토 펌프스 역시 화이트·버건디 컬러 조합 등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샤넬 클랙식 백과 2.55 백의 플랩을 동시에 부탁한 핸드백이 등장했다.
긴 가방끈이 달린 이스트 웨스트 실루엣의 레드 크로코 백
격자 무늬 점퍼와 스타일링 된 그린 컬러 숄더 백.
둥근 세로 절개선을 가진 투톤 스퀘어 토 뮬.
메탈릭 소재로 재해석된 투톤 슈즈는 앞코 라인을 변형해 날렵하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마티유의 구조 재설계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새로움을 만드는 방식에 있다.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의 기존 상징을 버리지 않았다. 트위드, 카멜리아, 블랙 드레스라는 코드가 여전히 중심에 있다. 대신 그 표현 방식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직조 대신 표면, 구조 대신 장식, 고정된 형태 대신 움직임을 선택했다.
블라지는 이를 통해 브랜드의 방향을 명확히 드러냈다. 전통을 계승하지만, 과거의 반복은 거부하고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첫 시즌이 세계관을 제시하는 단계였다면, 이번 시즌은 그 세계를 실제로 구축하는 단계에 가깝다. 크레인은 그 과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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