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시 볼 수 없는 모습들…육명심·홍순태·한정식·박영숙 추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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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최욱경, 화가, '36인의 포트레이트' 연작, 1981. 사진 뮤지엄한미

사진은 부재의 증명이라지만 찍힌 이들도, 찍은 이들도 이제 없다. 작업실의 화가 최욱경은 이미 1985년 요절했고, 한영애(69)의 스물다섯 살 맨발 모습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1981년 친구들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가 박영숙도 지난해 세상을 떴다. 사진은 그가 39세에 유방암 수술을 받고는 잘 올라가지 않는 팔로 찍은 ‘36인의 포트레이트’ 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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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 전라남도 영암 월출산 도갑사, '고요Ⅲ' 연작, 1986. 사진 뮤지엄한미

서울 삼청로 뮤지엄한미에서 27일부터 여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육명심ㆍ홍순태ㆍ한정식ㆍ박영숙’은 지난 10년 사이 세상을 등진 한국의 사진가 4인의 대표 연작을 소개하는 추모전. 시인 정현종의 동명의 시에서 따온 제목으로 네 작가가 바라보았던 세계가 관객의 감각 속에 다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출품작 110여점 모두 미술관 소장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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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명심, 경상북도 안동, '백민' 연작, 1983. 사진 뮤지엄한미

육명심(1933~2025)이 영정사진 찍듯 기록한 사람들도 이제는 볼 수 없다. 그는 '백민'부터 '검은 모살뜸''장승'으로 이어지는 '우리 것 삼부작'을 통해 우리 사회를 구성해온 다양한 인물 군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시장에 나온 ‘백민’ 연작은 산업화로 농경사회가 급격히 소멸해 가던 197,80년대 무당ㆍ승려ㆍ농부들을 기록한 흑백 사진이다. 한 시대의 정신적ㆍ문화적 자화상으로 남은 집념의 기록이다. 그는 신구대ㆍ서울예대 사진과 창설 교수로, 한국 사진학의 기틀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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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태, 명동, '서울' 연작, 1970. 사진 뮤지엄한미

홍순태(1934~2016)는 반세기에 걸친 도시의 변화와 재건 과정에 중첩된 전통과 현대, 부조리와 화합을 ‘청계천’과 ‘서울’ 연작에 담았다. 한정식(1937~2022)은 사진을 통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담고자 했다. 절제된 화면 속에 자연과 풍경을 담은 ‘고요’ 연작으로 사진의 영역을 확장했다. 전시를 준비한 송영숙 관장은 “네 사람 다 내 친구이자 동료 사진가였기에, 쓸쓸하다”라고 말했다. 7월 19일까지. 성인 1만5000원.

27일부터 뮤지엄한미에서 #박영숙은 아라리오갤러리에서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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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 2002 ©박영숙 에스테이트. 사진 유족 및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율곡로 아라리오갤러리에서는 다음 달 18일까지 박영숙 추모전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가 열린다. 그는 숙명여대 사학과 재학 중이던 1962년 교내 사진 동아리 ‘숙미회’를 만들었고, 1975년 세계여성의 해를 기념해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담은 사진들로 개인전을 열었다. 박영숙은 일찍이 카메라를 들어, 그 앞에 선 여성들이 렌즈 너머를 당당하게 응시하도록 했다. 사진 전문 트렁크갤러리(2007~2018)를 설립ㆍ운영하며 한국 현대 사진의 대모로 활약했다. 그의 작품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장에는 초기작 ‘장면’(1963~67)부터 마녀'(1988), '장미'(1988), '육체 그리고 성'(1998), '미친년들'(1999), '상실된 성'(2001),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2002), '내 안의 마녀'(2005), '꽃이 그녀를 흔들다'(2005) 등 대표 연작 41점과 영상이 나왔다.
제목은 시인 김혜순이 박영숙에게 선물한 시 ‘꽃이 그녀를 흔들다’에서 따왔다. 이렇게 끝난다.

여자가 미치지 않고 어찌, 노래를 하고, 춤을 추겠는가.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 땅이 미쳐 저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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