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의 ‘맛’ 일본선 ‘멋’…도쿄 MZ 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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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략 K푸드 공통점
지난 3월, 일본 오사카의 상업지구 혼마치의 한 건물 앞에 아침 7시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새로 개점한 ‘할리스 혼마치점’에 입장하기 위해 ‘오픈런’ 대기 중인 인파였다. 한 일본인 고객은 “한국에 여행 갔을 때 할리스에 가봤다”며 “일본에서도 한국식 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 MZ세대를 중심으로 K팝·패션·뷰티 인기가 뜨거운 가운데, K푸드도 일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어설픈 현지화로 쓴맛을 봤던 과거와 달리 ‘한국의 맛’을 앞세운 정공법으로 도전한다.
2019년 현지법인(CJ푸드재팬)을 설립한 CJ제일제당은 올해 치바현 키사라즈시에 대형 만두 공장을 짓는다. 8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신규 공장은 축구장 6개 크기 부지(4만2000㎡)에 연면적 8200㎡ 규모로 건설된다. 오는 7월 완공 후 9월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일본 전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2019년 인수한 일본 ‘교자계획’의 교자(일본식 만두) 생산 시설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왔다. 일본 냉동만두 시장은 1조1000억원 규모다.
지난달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일본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한 자리에서 “비비고처럼 이미 준비된 일본 사업은 다시 불붙은 한류 열풍을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CJ제일제당 측은 “신규 설비 구축을 통해 일본 식품 사업을 질적·양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커피, 치킨, 버거 등 국내 외식업체도 앞다퉈 일본에 상륙하고 있다. 할리스는 지난해 5월에 이어 올해 3월 일본 오사카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일본 1호점인 ‘난바 마루이점’은 하루 평균 700여 명, 누적 30만 명이 이용하는 등 인기를 얻었다. 무선 충전기와 포토존을 갖추고 메뉴와 서비스 방식도 한국식을 유지했다. 약과크림라떼가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다음으로 잘 팔릴 정도다. 할리스를 운영하는 KG F&B의 이종현 대표는 “올해 새 점포를 더 열어 한국 프리미엄 카페 문화를 일본에 소개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도쿄 시부야에 상륙한 치킨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일본 맥도날드가 39년간 영업한 자리에 입점해 지난 5억1000만엔(약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1년간 70만 명이 이 매장에 다녀갔다. 한국식 양념치킨과 ‘치즈불고기버거’ ‘허니갈릭싸이버거’ 등이 특히 인기였다. 맘스터치 측은 “상반기 중 하라주쿠에 300석 규모의 2호점을 여는 등 직영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국내 MZ세대 사이에서 ‘빵지순례’(빵+성지순례) 코스로 꼽히는 런던베이글뮤지엄도 지난해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진출을 추진 중이다.
K푸드 업체들은 일본 내 새로운 한류 열풍에 주목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중장년층 여성들이 콘텐트 소비에 주력하던 초기 한류와 달리, 요즘 일본 2030세대는 한국 드라마 등에 나오는 라이프스타일과 치킨·떡볶이 등 한국적인 맛에 관심 커졌다는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팬덤 활동을 뜻하는 ‘오시카츠(推し活)’ 기반 소비 문화가 전 연령대로 퍼지면서 K컬처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고, 일본 2030세대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인기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전략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전통과 장인정신을 앞세운 특색 있는 맛집이 많은 시장”이라며 “현지 소비자의 반응을 기민하게 파악해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지금의 인기가 쉽게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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