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샷시·가구도 안팔린다…건설 침체에 후방 산업도 보릿고개
-
4회 연결
본문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후방 산업도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시멘트부터 창호·가구·엘리베이터 등 건자재 전반의 매출이 부진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는 전년 동기 대비 11.5% 줄었다. 주택 착공은 25%나 감소했다. 새로 짓는 아파트가 없으니 후방산업의 일감도 급감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레미콘 공장에 믹서트럭이 시멘트 등을 혼합한 콘크리트를 실어 나르고 있다.[뉴스1]
핵심 기초 자재인 시멘트는 건설업 침체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다. 11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월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 줄었다. 이달 중순 나올 3월 출하 실적도 1~2월과 비슷한 수준의 감소세가 지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시멘트 출하량은 4000만t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멘트 출하량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34년간 한 번도 4000만t을 하회한 적이 없었다. 한 건설사 고위급 관계자는 "시멘트 주문이 줄어도 생산에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로 생산을 못하면 시멘트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후방 산업의 어려움이 건설사 입장에서는 원가율을 낮추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골조 공사에 사용하는 철근 생산량은 3년 전과 비교해 25% 줄었고, 재고는 51% 늘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1년 철근 생산량은 1041만4000t에서 지난해 779만7000t으로 감소했고, 재고는 같은 기간 35만8000t에서 54만2000t으로 증가했다.
창호업계 양대산맥인 KCC와 LX하우시스도 고전하고 있다. KCC는 지난 2일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 감소한 103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석고보드·PVC창호 등 건자재 부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 535억원을 정점으로 3분기째 내리막길이다. 1분기에는 건자재 영업이익 22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9.4%, 전분기대비 35.6% 급감했다. 실리콘 사업이 미국 등 해외 시장 매출 덕에 전년 동기대비 870% 증가한 영업이익 266억원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전체 영업이익은 감소폭이 더 컸을 것이다.
LX하우시스는 1분기 매출 7814억원, 영업이익 7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8%, -78.2% 감소했다. 역시 신규 분양 축소로 창호 등 B2B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LX하우시스는 2023년 영업이익 전년대비 635% 급증한 1098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975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이는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진 영향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감 공사 단계에 투입되는 건자재의 경우 건설 경기 호황이던 2~3년 전 주문 받은 물량은 이제 다 소진되었고, 올해부터는 신규 착공이 없어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단지 공사 현장. [뉴스1]
가구 회사도 새 아파트 빌트인 납품 등이 끊기며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현대리바트의 1분기 잠정 매출액은 437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3% 하락했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면서 빌트인 가구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23.2% 줄어든 탓이다.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위원은 현대리바트 빌트인가구 매출이 지난해 5153억원을 정점으로 올해 3865억원, 2027년까지 3000억원 중반대로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한샘도 빌트인 가구와 건설사 자재 판매 등 B2B 매출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분기 한샘의 B2B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2%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 김기룡 연구위원 "B2B 부문 실적은 신규 분양 위축에 따라 축소 흐름이 이어지고, B2C 매출도 주택매매거래 및 소비경기 회복 지연 여파로 감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경기 둔화로 신규 승강기 설치 수요도 줄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신규설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5% 감소한 1조920억원으로 전망된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건설업 후방산업인 건설기계 업종 실적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며 "건설경기 둔화로 승강기 신규설치대수가 줄었지만, 리모델링과 유지보수 물량 증가로 상쇄 중"이라고 분석했다.
후방 산업의 반등은 내년까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올해 건설 투자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치(-1.3%)보다 1.5%포인트 낮춘 -2.8%로 수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2.7%에서 2.5%로 낮춰 잡았다.
이에 건자재업계는 건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KCC는 AI(인공지능)와 자율이동로봇(AMR) 기술을 결합한 자율주행 도장 로봇 ‘스마트캔버스’를 통해 물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표그룹은 자율주행 로봇주차 사업을 본격화했고, 한일시멘트도 주로 유지보수나 리모델링에 쓰이는 드라이 몰탈 브랜드 ‘레미탈’을 내세워 건설업 불황에 대응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늘 당장 주택 수요가 급등해 아파트를 더 지으려 해도, 시공사 수주 실적은 내후년 이후, 건자재 실적은 그보다 1~2년 뒤에야 개선될 수 있다"며 "수주 양극화 속에 건설 경기 침체는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 후방 산업도 부진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