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아산병원, ‘세계 최초’ 간이식 9000건 달성…생존율 90%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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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오른쪽 첫 번째)가 지난달 30일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에게 기증자의 간을 이식하며 9000번째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지난달 30일 오전 8시,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을 위한 수술방 4곳이 동시에 열렸다. 알코올성 간경화로 생명이 위태로운 윤모(43·여)씨와 윤씨를 위해 간을 떼어내기로 결심한 그의 조카 정모(20·남)씨가 각각 수술방으로 옮겨졌다.

또 다른 수술방에는 간암·간경화를 앓는 환자와 그를 살리려 간을 내어주려는 조카가 들어왔다. 한쪽 수술방에선 간을 절제하는 수술이, 다른 쪽 수술방에선 간을 이식받기 위한 준비가 분주히 이뤄졌다. 11시간 후, 긴 수술 끝에 수혜자들 몸에 무사히 이식된 간에서 붉은 혈류가 돌면서 이 병원에서 실시된 역대 8999번째, 9000번째 간이식이 성공을 알렸다.

15일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이같은 생체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세계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간이식 9000건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1992년 8월 이 병원에서 뇌사자 간이식 수술이 처음 시행된 지 32년 8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간이식은 장기 이식 중에도 어려운 수술로 꼽힌다. 복잡하게 얽힌 여러 혈관을 연결해야 하고, 출혈 위험과 다양한 합병증·면역반응 관리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한 사람의 간을 일부만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보다 더 까다롭지만, 간이식 대기자에 비해 뇌사자 장기 기증은 부족하기 때문에 위급한 환자에게는 유일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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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지난달 30일 네 개의 수술방에서 생체 간이식 두 건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은 1997년 국내 최초로 생체 간이식을 성공한 이래 현재 85%의 간이식을 생체 이식으로 실시하고 있다. 9000건 중 생체 간이식이 7502건, 뇌사자 간이식이 1498건이다. 전체 간이식 생존율은 1년 98%, 3년 90%, 10년 89% 등이다. 우리나라보다 간이식 역사가 긴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의 간이식 1년 생존율은 평균 92%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특히 8999번째, 9000번째 수술이 동시에 진행된 것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한 의료기관에서 복수의 생체 간이식이 동시에 이뤄지려면 개별 의료진이 수술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만큼 숙련돼 있어야 한다. 9000번째 수술은 기증자·수혜자의 혈액형이 달라 거부반응의 발생 위험도 컸지만, 이식 전 환자에게 항체 형성 억제제를 투여하고 혈장교환술(혈액 안에 있는 질병 유발 항체를 제거한 뒤 다시 주입하는 시술)을 시행해 안전하게 수술을 마쳤다.

이와 같은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도 서울아산병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했다(1126건). 또 이 병원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가 1998년 개발한 ‘변형우엽 간이식’은 전 세계 간이식센터에서 표준 수술법이 됐다. 이식되는 우엽 간에 새로운 중간정맥을 만들어 피가 잘 배출되도록 하는 수술법 덕에 한해 30건에 그쳤던 생체 간이식이 100건 넘게 시행됐다.

기증자 2명으로부터 간을 이식받는 ‘2대1 생체 간이식’도 이 교수가 2000년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지방간이 심한 경우 등 기존 방식으로는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 650명이 이 수술법으로 새 삶을 얻었다. 서울아산병원은 2011년부터 몽골·베트남 주요 병원에 간이식 기술을 전수하는 등 다른 국가들의 간이식 자립을 돕는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이승규 석좌교수는 “간이식·간담도외과 집도의뿐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소화기내과와 수술실·중환자실·장기이식센터 등 수많은 의료진이 하나의 팀이 되어 환자들의 생존과 삶의 질 보장을 위해 노력을 쏟아왔다”며 “그럴 수 있었던 원동력은 환자들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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