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확정되자 팀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 바라보며 포효하는 손흥민(7번). AP=연합뉴스

후반 교체 투입돼 토트넘의 우승에 힘을 보탠 주장 손흥민(오른쪽). AP=연합뉴스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벌어진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이상 잉글랜드)와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토트넘 '캡틴' 손흥민(33)은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그토록 원했던 우승을 이룬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서였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이날 맨유를 1-0으로 물리치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손흥민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후반 21분 왼쪽 측면 공격수 히샤를리송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페드로 포로로부터 주장 완장을 넘겨받고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누비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6~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위,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20~21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준우승 등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토트넘은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토트넘의 마지막 우승은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이었다. 토트넘은 올 시즌 리그에서 11승 5무 21패를 기록, 승점 38에 그쳐 17위에 쳐져 있다. 간신히 강등권을 면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과 리그컵에서도 탈락했다. 유로파리그는 토트넘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였다.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15년 무관의 한을 푼 손흥민(왼쪽). AP=연합뉴스

손흥민도 '무관의 한'을 풀었다. 2010~11시즌 함부르크(독일)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지금껏 함부르크(3시즌), 레버쿠젠(2시즌·독일), 토트넘(10시즌)을 거치면서 리그와 각종 대회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 없었는데, 이날 토트넘 입단 10년 만이자 프로 1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드는 기쁨을 누렸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10년 동안 (토트넘에서)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우승을 하고 트로피를 들고 싶다. 10년 동안 토트넘에서 뛰었는데, 그동안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은 매우 특별하고,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힌 그는 마침내 꿈을 이뤘다.

손흥민의 우승은 의미가 남다르다.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나섰던 토트넘 멤버 14명 중 유일하게 이적하지 않고 팀에 남은 손흥민은 팀을 이끌고 끝내 우승 한을 풀었다. 토트넘 구단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레전드 캡틴'으로 기록된 만한 업적이다. 하프타임 때는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청하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했다. 팀 동료들 역시 주장 손흥민에게 우승컵을 안겨주겠다는 각오로 의기투합했다.

주전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는 결승을 앞두고 "손흥민을 위해서라도 꼭 우승하고 싶다. 그가 지난 몇 년간 팀을 위해 보여준 헌신은 놀랍다. 우리는 이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는 그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도 작성했다. 앞서 차범근(당시 프랑크푸르트·레버쿠젠), 박지성(당시 맨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이 리그와 컵대회에서 우승했지만, 한국 선수가 주장으로 유럽클럽대항전 정상에 선 건 손흥민이 처음이다. 시상대에서 주장 손흥민은 관례에 따라 우승 세리머니 때 가장 먼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해피엔딩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