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양산 갔는데 文사저는 패스했다…이재명 '피고인 文'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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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 8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인사 후 손을 마주 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2일 오후 경남 양산을 찾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에 가지 않았다. 부산 2호선 양산역 인근에서 송기인 신부와 30분 가량 면담한 뒤, 바로 옆 공원에서 1시간 반 남짓한 유세를 마치고 곧장 김해로 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 후보-문 전 대통령 간 회동 가능성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아마 내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김해 봉하마을에서 두 분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틀 연속 만날 필요가 있느냐”(선대위 관계자)는 게 이 후보 측 설명이지만 23일 봉하마을에서도 두 사람 간 조우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선대위 공보단은 이날 “이 후보 봉하마을 방문 일정의 세부 동선 및 시각, 추도식 참석여부는 엠바고(사후 보도) 사안”이라고 공지했다. 이 후보와 문 전 대통령 간 만남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도 한차례 불발됐다. 문 전 대통령이 2년만에 상경해 ‘4·27 남북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했지만 이 후보가 경선 중 지역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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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경선 직전(1월 30일) 평산마을을 일부러 찾아가 “통합·포용 행보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이 후보는 두번째 대표 임기 8개월간 문 전 대통령을 4차례 만났다. 전직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재판을 5개 받는 이 후보가 뇌물죄로 기소된 문 전 대통령과 손을 맞잡는다면 상대 진영에 삐딱한 공세 빌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에게 2억17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19대 총선 공천을 도와 준 혐의로 지난달 24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후보와 민주당 입장에선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그의 그림자 밖에서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민주당 3선 의원)다. 문 전 대통령은 20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청와대 공개 회의에서 당시 야당 후보 발언을 직접 문제 삼아 이목을 끌었고, 지난해 총선 때는 ‘문명(문재인·이재명)연대’를 꾸려 낙동강 벨트를 종횡무진했다.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 때 ‘문재인 역효과’가 PK(부산·경남) 지역의 막판 열세 원인이었는 분석도 적잖았다”며 “이번에는 여러모로 안 나오시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선대위 내부엔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는 이 후보 입장에서 부동산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연상되는 게 좋을 게 없다는 시선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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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유세장에서 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왼쪽) 등과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뉴스1

친문 적자인 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양산 유세 무대에서 “문재인”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을 기소해 서울로 수백㎞를 왔다갔다하며 1박2일로 재판을 받게 한다”며 “원래 피의자, 피고인 주소지에다가 하는 게 원칙”이라고 거론하는 정도였다. 유세 현장은 문 전 대통령 사저까지 차로 40분 거리(22.7㎞)였다.

문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대비를 이루는 그림이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내란 수괴 윤석열과 아바타 김문수 후보의 우애가 천인공노할 수준”이라며 “부정선거 망상을 퍼뜨리는 극우 내란 의형제의 우애가 눈물겹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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