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배임은 대선뒤 걱정? '불법파업 손배소 취하' 내몰린 한화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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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오후 경남 거제시 엠파크 차없는 거리를 찾아 유세 도중 한화오션에 근무하는 신승훈 씨(가운데, 전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수석부위원장)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화오션이 파업 하청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한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 관련해 ‘6·3 대선 전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대선에서 노동계 표심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지만, 주주이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화오션 손배소 문제에 대해 후보의 해결 의지가 상당하다”며 “대선까지 시일이 빠듯하지만 기업의 소송취하, 노동자와의 상생협약을 끌어내면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월 조선업계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에게 “손배소 취하 방법을 모색하자”고 했었다. 김 대표가 “배임 문제가 있어 어렵다”고 하자 이 후보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안이 있다면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4월에는 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과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주도로 한화오션, 하청노동자회의 협상창구인 ‘사회적 대화기구’도 마련됐다.

배임 우려하는 한화오션…“손실보전 안하면 주주가 고발”

한화오션은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22년 6월 도크를 점거하는 등 51일간 파업한 하청노동자회 소속 노조 간부 5명을 상대로 그해 8월 470억원의 손배 소송을 걸었다. 2022년 12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뒤로도 소는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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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은 지난 3월 15일부터 상여금 지급 및 협력사 상용직 고용 확대 등을 한화오션 측에 요구하면서 서울 한화빌딩 앞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22일로 69일째다. 사진은 지난 3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소속회원들이 철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조선업이 최근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노동계, 지역사회, 정치권의 소송 취하 압박이 세졌다. 한화오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88% 증가한 25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379억원을 뛰어넘는 액수다. 이에 한화오션도 내부적으로 소송 취하를 검토했지만 배임죄로 고발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손실보전 조치 없이 소송을 취하하면 주주들이 경영진을 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사회적대화기구에서는 한화오션이 하청노동자 처우개선을, 하청노동자는 불법파업 금지 등을 서로 약속하는 내용의 상생협약이 검토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주주를 설득할 우원식 국회의장 명의의 중재 권고문도 요청했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5년간 임금동결’처럼 구체적인 손실보전액이 상생협약에 명기돼야 배임 혐의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했다고 노동자 쥐어짜면 투자 못 받아”…이재명의 친노조 행보

한화오션 손배 소송 취하 추진은 이 후보와 민주당의 친노조 행보의 연장선으로 보는 평가가 많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파업했다고 고액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노동자를 쥐어짜는 기업이 국제 무대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나”라고도 했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파업에 대한 회사 측의 손배 소송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폭력·파괴 행위가 아니라면 불법 파업도 손실을 묻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에 기업은 생산 차질 등 피해가 생겨도 대응할 방법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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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앞줄 왼쪽 둘째)이 지난 3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발의 야5당·노동·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는 지난달 21일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며 공약화했다. 대표 시절인 지난해 11월에는 “재계가 상법 개정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글로벌 경쟁을 하는 기업이 불공정에 기반한 이익을 누려서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이종천 숭실대 명예교수(전 한국회계학회장)는 “한화오션 손배소 일방 취하는 이 후보가 중시하는 주주이익을 오히려 침해할 수도 있다”며 “과도한 압박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기업을 희생양 삼으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청에 배 건조 맡기는 조선업…“숙련공 양성 위해선 바뀌어야”  

손배소 취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한화오션 하청업체-하청노조의 ‘2024년 임금·단체협상’이 관건이다. 하청노조가 처우개선(기본급 300%로 상여금 인상)을 사회적대화기구 논의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청업체는 현재 상여금 10% 인상을 제안한 상태다. 하청노조는 “한화오션의 기성금(정산금액)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한화오션은 “현행법 상 원청은 하청 임단협에 관여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여금 50~100% 인상’ 선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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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장기적으로는 조선업의 원·하청 이중노동구조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022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하청노동자 임금은 정규직의 50~70% 수준이다. 직접생산직 5만1000명 중 정규직은 1만1000명으로 21.5%에 그치고, 하청 생산직이 나머지 4만 명에 달한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선업체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정규직 신규채용 대신 그때그때 쓸 수 있는 저임금 단기 고용을 늘렸다”라며 “40·50대에 몰린 숙련공이 정년퇴직하는 10년 후에는 인력난에 시달릴 수 있다. 정규직 확대와 하청 처우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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