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남근린공원 사실상 무산…'10년 소송' 이기고도 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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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근린공원 부지 전경. 국내 최고가 주택 거래 기록을 세운 나인원한남 앞에 있다. 한은화 기자

서울시의 용산구 한남동 한남근린공원 조성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서울시는 주택 개발을 원하는 땅 주인인 부영주택과 두 차례 소송전에서 완승하며 공원화에 정당성을 얻었음에도 공원계획은 폐기수순을 밟고 있다. 수천억에 달하는 토지 보상비 탓이다. 서울시는 한남근린공원의 실시계획이 무효화되는 다음달 25일까지 보상해야 하지만, 현재 뚜렷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원계획이 실효되면 부지는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개발이 가능해진다. 땅은 국내 공동주택 중에서 최고가 거래 기록을 세운 ‘나인원한남’ 앞에 있다. 규모가 4만5000㎡에 달한다.

10년 소송의 승자는 서울시지만, 결국 졌다 

서울시와 부영주택은 이 알짜배기 땅의 용도를 놓고 10년에 걸쳐 소송전을 펼쳤다. 땅은 1977년부터 근린공원으로 결정ㆍ고시됐고, 주한미군 기지 부대시설로 쓰이고 있었다. 부영주택은 2014년 국방부로부터 이 공원부지를 1200억원에 사들였다. 이듬해인 2015년께 호재가 많았다. 미군이 평택기지로 이전할 예정인 데다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가 유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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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부영의 발 빠른 움직임에 서울시는 부랴 2015년에 공원조성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에는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 인가도 고시했다. 부영도 행정소송으로 맞붙었다. 부영은 2015년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공원조성계획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냈고, 2018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2020년에는 실시계획인가가 무효라며 2차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3월 대법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서울시의 근린공원 조성 계획이 타당하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부영의 완패였다. 서울시는 지역 인프라를 고려해 2000억 규모의 공연장을 지어 문화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겼지만 결국 진 싸움이 됐다. 토지 보상비가 문제였다. 서울시는 실시계획인가 이후 5년 안에 부양으로부터 땅을 매입해야 했지만, 비싼 땅값 때문에 못했다. 마지노선이 다음 달 25일이지만 현재 매매계획은 없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수천억짜리 나인원한남 앞뜰을 만들어 준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결국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2021년 서울시가 당시 공시지가의 2.5~3배 수준으로 보상비를 대략 산출한 결과 땅값은 4600억원에 달했다. 공연장까지 조성하려면 6600억원이 필요했다. 정준호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남근린공원 조성을 위해 어마어마한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지만, 오히려 시민들에게 충분히 개방되지 않고 (특정대상을 위한) 전용공원이 될 우려가 있다”며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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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연합뉴스]

나인원한남 앞에 고급 아파트 지어지나 

한남근린공원의 공시지가는 올해 3.3㎡당 2113만원으로 2021년(1798만원)보다 약 18% 올랐다. 공시지가가 시세보다 낮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시세는 조 단위로 평가된다. 땅 뒤편에 위치한 나인원한남의 경우 지난 2월 전용면적 273㎡가 250억원에 거래돼 국내 주택 최고가 거래 기록을 세웠다. 전용면적 3.3㎡당 3억원 수준이다. 용산구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은 “인근 대로변 부지의 평당 시세가 2억원에 육박한 것을 고려하면 시세가 조 단위인 금싸라기 땅”이라며 “진짜 승자는 부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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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근린공원 길 건너에 위치한 또다른 고급주택단지인 '한남더힐' 전경. 연합뉴스

공원 해제를 앞두고 부영 관계자는 “현재까지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공원 계획인가가 완전히 효력을 잃으면 (회사)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는 부영이 고급주택 건설에 나설 것으로 본다. 그러려면 4층 이하밖에 짓지 못하는 1층 일반주거지역에서 최소 2종 일반주거지역 이상으로 용도지역 상향이 필요하다. 지하 3층~지상 9층 규모인 나인원한남도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지어졌다. 시가 그나마 기대하고 있는 지점이다. 익명을 원한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를 비록 못산다 하더라도 용도지역 상향 등을 위한 부영과의 협의 과정에서 공공기여 등 도시계획적 방법을 통해 최대한 공원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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