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원로의사의 의사 비판 "폐쇄적 소통,감정적 대응,환자불안 공감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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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의료보다 먼저 무너진 정권"
의료계 원로가 의대 증원 갈등의 양측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연세대 총장을 지낸 김한중 학교법인 성광학원 이사장은 13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연 주제는 '비커 속의 개구리 한국의료,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김 전 총장은 연세대 의대(예방의학)를 나온 의사이다.

김 전 총장은 "의료계가 지난 1년여 동안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유로 ▶의협의 리더십 부재와 혼란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침묵 투쟁, 이로 인한 메시지 전달 미흡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민 피해와 불만 누적을 들었다. 그는 1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의사협회가 어떡하든 학생 복귀를 추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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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 학교법인 성광학원 이사장.

김 전 총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오판과 불통을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의사 증원 이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2000명 증원이 의료 문제 해결의 전제라고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총선 열흘 전에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부 관료의 문제점도 짚었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했고, 각종 (행정)명령과 조치로 사태 해결을 시도한 점을 비판했다. 하이라이트는 '전공의 처단'을 담은 계엄 포고령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정부가 위협적 언사를 일삼았고, '의사 악마화' 여론몰이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이런 일로 인해 다양한 분야의 상호 신뢰가 훼손된 점을 안타까워했다. 우선 의료·정부 협의체에서 의사 증원 문제를 다루지 않아 정부 불신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원과 전공의, 학교와 학생, 전공의와 학생 간의 갈등을 초래한 점을 비판했다. 학교·병원이 사태 해결의 객체로 밀려났고 사제 관계마저 신뢰에 금이 갔다고 우려했다.

김 전 총장은 12일 통화에서 "학생과 전공의가 복귀파와 투쟁파로 나뉘어 싸웠다. 이 사태가 해결돼도 학생들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고 심리적 지지를 하는 게 큰 과제"라고 말했다.

강연에서 그는 정부와 의료계 등의 소통과 공감의 부재를 지적했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정당성만 반복해서 주장함으로써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폐쇄적 소통으로 일관하며 대국민 메시지가 부족했다고 짚었다. 또 감정적 대응, 환자들의 불안에 대한 공감 부족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또 사태 장기화로 내부 갈등이 커졌고, 소통 방식에서 세대 간 차이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갈등 중재보다 책임 공방에 치중했고, 언론은 자극적 보도, 왜곡된 보도(의사 악마화)로 감정적 대결 구도 조장했다고 봤다. 시민 사회는 피해자이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중재자 역할을 못 했다고 지적했다. 또 SNS·유튜브가 영향력 발휘했지만 편향된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진단했다.

김 전 총장은 새 정부의 공공의료 강조 분위기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공공의료는 선이고 민간의료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선입견"이라며 "민간 의료기관도 공공성이 있고, 비영리 행위가 강제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의료법상 모든 의료기관은 비영리기관이라는 점(출자가 아닌 출연)을 들었다.

그는 "비효율적 공공의료보다 ‘공공성 확보된 민간 의료’에 주목해야 한다"며 진주의료원 폐쇄, 지방의료원의 누적되는 경영 적자를 지적했다. 또 착한 적자, 나쁜 적자 구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집단 지성으로 미래 의료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견의 수용,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소통, 리더십의 분산, 집단사고(Group think) 방지, 지식 공유 플랫폼(Google Docs, Slir 등)을 통한 아이디어 창출, 투명한 정보 공유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료 정책의 특성도 강조했다. 맞고 틀리는 싸움이 아니라는 점, 국민 건강, 의료 인력의 미래, 재정적 지속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점, 의사가 의료 현장의 수장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사의 소통 증진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와 열린 대화를 하고, 언론과 협력하며, 환자·시민단체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료계 내부 자정을 강화해 선한 이미지를 확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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