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풀씨는 또 날아들고 떨어져...새로운 이름의 풀이 탄생' 문태…
-
4회 연결
본문

풀의탄생
풀의 탄생
문태준 지음
문학동네
시를 아끼는 사람들이 문태준의 새 시집에 거는 기대는 여럿이다. '맨발' 같은 작품의, 지극한 동일성의 세계가 우선 떠오른다. 시의 화자와 대상이 하나 되는 상태 말이다. 언제부터 슬그머니 들어와 있는 관조와 여백을 기다렸던 사람도 있겠다.
제주살이 6년 만에, 지난번 시집 이후 3년 만에 펴낸 새 시집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시인의 말'에 "풀이 되었으니"라는 표현은 필시 시인이 풀이 되었다는 얘기일 게다. 감정이입이 지나쳐 대상과 물리적으로 하나가 되었다는 얘기일까.
시집 제목은 '생가(生家)에서'에 나오는 표현이다. "(…) 지붕 위에도 풀이 올랐다/ (…) / 풀씨는 또 날아들고 떨어져/ 새로운 이름의 풀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변종이 출현한다는 얘기는 아닐 텐데, 새 풀의 탄생은 풀의 이름을 새롭게 붙일 만큼 뭔가 근본적으로 새롭다는 뜻일까.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대목들은 말하자면 시인이 대화를 요청한 것이다. 기자에게는 '풀밭' '우치(愚痴) 1-뱀허물을 보고' 같은 작품이 그렇게 느껴진다. 우선 '매우 못나고 어리석음'이라는 뜻의 '우치'라는 단어를 하나 배웠다.
'뒷집' '대서(大暑)' '월파(越波)' 같은 작품들을 읽으며 역시 문태준, 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