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간과 기계의 융합...미래학자 커즈와일이 내다보는 20년 뒤 세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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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레이 커즈와일 지음
이충호 옮김
장대익 감수
비즈니스북스
‘21세기의 에디슨’이라 불리는 발명왕이자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2045년에 도래한다고 예언한 특이점(singularity)까지 이제 꼭 20년 남았다. 커즈와일은 2005년 『특이점이 온다』에서 “2029년에는 기계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것이며 2045년에는 인간과 기계가 완전히 융합되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특이점을 ‘인공지능이 우리의 뇌와 긴밀하게 통합돼 생물학이 인간에게 준 지능과 의식이 수백만 배 확대되는 사건’으로 정의한다.
커즈와일이 이번에 새로 출간한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는 중간평가 성격을 띤 종합점검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특이점이 온다』가 나온 지 거의 20년, 앞으로 특이점이 도래하기 20년 전인 지금의 시점에서 자신의 미래예측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와 진전이 임박했는지를 하나하나 따져봤다.

레이 커즈와일. 2017년의 모습이다. [사진 nrkbeta]
세상에 충격파를 던진 『특이점이 온다』가 출간된 2005년만 해도 스마트폰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당시엔 그의 책이 무모한 기술 낙관론자의 뜬금없는 망상에 지나지 않으며 허무맹랑한 미래예언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기하급수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등에 업고 너무나 놀랍게도 그의 미래예측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현실이 돼 버렸다. 인공지능, 로봇, 합성생물학 등의 분야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큰 진척이 있었다.
특히 인공지능은 지금 세상의 거의 모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초기의 퍼셉트론에서 시작해 최근의 GPT-4, 제미나이, PaLM(팜)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은 인간을 흉내 내는 단계를 넘어 인간을 초월하려 한다. 언어, 추론, 창의성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점점 더 인간의 고유한 능력들을 잠식하고 있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AI 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이라는 문자와 키보드, 그리고 로봇의 손이 함께 있는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2030년대에 완성될 가장 주목할 핵심 능력은 우리 뇌 신피질의 위쪽 영역을 클라우드에 연결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비생물학적인 부분이 생물학적 부분보다 수천 배나 많은 인지 능력을 제공하게 된다. 커즈와일은 이런 진전이 계속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이어지면서 2045년 무렵에 우리의 마음은 수백만 배나 확장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간의 기억은 업로드되고 감정은 백업되고 정체성은 복제되는 놀라운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인간이 뇌를 스스로 프로그래밍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현재의 스마트폰처럼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생명공학 분야의 디지털 혁명은 질병 치료와 함께 건강 수명을 유의미하게 연장시킬 것이다. 나노봇 등 첨단 의학 기술 덕분에 2030년대 말께에는 질병과 노화 과정을 대부분 극복할 수 있다고 커즈와일은 장담한다. 생물학적 취약성과 한계마저 뛰어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엔지니어드 아츠의 인공지능 로봇 아메카. 이달 9일 영국에서 열린 '런던 테크 위크' 행사 첫날의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마지막 세대로서 우리가 함께 맞닥뜨려야 할 기회와 위험을 함께 다룬다.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면 실제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 가장 먼저 진화의 질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종(種)으로서의 인류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하는 문제가 있다. 기술을 사용해 지각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철학적 질문이다. 나는 누구이며 의식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광학문자인식(OCR), 텍스트-음성 변환(TTS), 상용화된 음악 신디사이저 등 혁신적인 발명을 성취한 커즈와일의 가장 큰 발명은 아마도 ‘특이점’이라는 컨셉트의 창안이 아닐까 싶다.
특이점이 그가 예측한 2045년보다 약간 더 늦게, 혹은 조금 일찍 도래할 수도 있고, 아니면 영영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점점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특이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만큼은 현실이다.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테크놀로지쿠스로 바뀔 수 있는 중대한 시점에 우리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 도발인이 책을 통해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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