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가정의학과 주치의 택한 李, 전국민 주치의제 힘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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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AI 고속도로, 울산 AI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가 전 국민에게 주치의를 배정하는 '맞춤형 주치의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장애인·아동 등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돼온 주치의 제도가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2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맞춤형 주치의 도입을 구체화하고 있다. 당시 공약집엔 ▶주치의 중심 맞춤형 1차 의료체계 구축 ▶주치의제 운영 및 방문·재택 진료에 대한 보상체계 강화 등이 담겼다. 이러한 전 국민 주치의 제도는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이재명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보건복지부는 2018년 장애인, 2021년 아동 대상으로 주치의 시범사업을 순차 도입·운영해왔다.
주치의제는 환자의 병력, 생활 등을 잘 아는 전담 의사가 질병 예방·치료 등 건강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주치의 제도의 틀은 의사를 중심으로 한의사·치위생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 직역이 참여하는 다학제 팀이 주민에게 질병 치료부터 사후 관리, 예방, 건강 증진까지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역사회 기반의 1차 의료와 맞닿아 있다. 이러한 의료 체계를 갖추면 평상시 만성질환 등 국민 건강 관리도 개선될 거란 판단이다.
정부는 우선 시범사업 형태로 일부 지역에 주치의제를 도입한 뒤, 전국에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제주도는 의료취약지의 노인·장애인·아동 등에 주치의를 지정해 건강을 관리하는 '제주형 건강주치의제'를 자체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역 기반 모델을 활용할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진 대통령실
정치권과 의료계에선 주치의제에 대한 현 정부의 정책 의지가 대통령 주치의 인선에서도 드러난 것으로 본다.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이 대통령의 양방 주치의로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위촉됐다고 밝혔다. 해당 제도가 도입된 1963년 이후 가정의학과 교수가 주치의를 맡은 건 처음이다. 기존엔 소화기내과·내분비내과 등 내과 계열 교수가 주로 활동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짐작할 뿐"이라고 위촉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 안팎에선 주치의제 도입과 1차 의료 강화에 힘을 실으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정의학과는 질환 종류·연령 등과 관계없이 환자에게 꾸준하고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1차 의료 전문과목이다. 박 교수도 연구 논문 등을 통해 주치의제와 직결되는 1차 의료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박경민 기자
시민단체·학계 등은 주치의제 도입 필요성을 계속 제기해왔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로 빠르게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3년 한국의 가계 지출 중 직접 의료비 비중은 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3%)의 두 배에 가깝다. 전 국민 주치의제가 자리 잡으면 의료개혁, 통합 돌봄, 자살 예방 등 사회적 과제 해결의 기반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강재헌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주치의제는 비중증·비응급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 등을 줄여 필수의료 강화를 돕는다"며 "의료비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단계적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주치의제 도입만으로 1·2차 의료를 건너뛰고 대형병원에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바뀌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부터 바로잡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주치의제가 본격화하면 그에 맞는 수가 적용 등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정진 경동대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선 치료 위주의 고비용 의료 시스템은 한계에 직면했다"며 "예방과 가정의학을 중심으로 한 한국형 주치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현재 의사 참여가 부족해 장애인 주치의 제도도 원활히 운용되지 않고 있다"며 "의사 수급 문제와 수가 체계부터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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