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가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두 모델 모두 한국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한국적 인공지능(AI)’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자주적인 AI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강조 중인 ‘소버린 AI’ 전략에 통신업계도 발을 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KT 기술혁신부문 연구원들이 서울 서초구 KT 우면연구센터에서 믿음 2.0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사진 KT

KT는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자체 개발한 LLM ‘믿음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SKT도 자체 LLM ‘에이닷 엑스(A.X) 4.0’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두 모델 모두 AI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를 통해 공개된다.

KT가 ‘한국적 AI 개발’이란 철학을 담아 탄생시킨 언어모델. 2023년 선보인 ‘믿음 1.0’의 다음 버전으로, 115억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의 ‘믿음 2.0 베이스’와 23억 파라미터 규모 ‘믿음 2.0 미니’ 2종으로 출시됐다. KT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맥락과 고유의 언어적·문화적 특성 등을 충분히 반영해 개발한 모델이며, 개발에 필요한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의 저작권 확보에도 공을 들여 다른 AI 모델 대비 높은 신뢰성을 확보했다. KT Gen AI Lab장인 신동훈 상무는 “믿음 2.0 모델은 챗GPT 기반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능 측면에선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모든 작업에 챗GPT와 같은 강력하고, 비싼 모델이 필요한 건 아니다”고 했다.

에이닷 엑스 4.0의 대규모 학습을 진행한 SK텔레콤 자체 구축 슈퍼컴퓨터 '타이탄'. 사진 SK텔레콤

SKT가 공개한 A.X 4.0은 알리바바 AI 모델 ‘큐원 2.5’에 한국어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시켜 개발한 모델이다. SKT 측은 “최상급의 한국어 처리 효율을 갖췄고, 데이터 보안도 충분히 고려해 설계했다”며 “자체 테스트 결과 같은 한국어 문장을 입력했을 때 ‘GPT-4o(포오)’ 모델보다 약 33%가량 높은 효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 모두 이번에 공개한 모델이 ‘한국적 AI’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공통적으로 이번 오픈소스 개방을 시작으로 국내 AI 생태계에 ‘한국적 AI’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업계에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강조되고 있는 ‘소버린 AI’ 전략, 그리고 함께 추진 중인 ‘민관 협력형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두 회사 모두 정부의 ‘민관 협력형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참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T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을 주요 AI 사업 전략으로 내세운 뒤 자체 AI 개발에는 힘을 뺄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이날 발표를 통해 한국형 AI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자체 개발 중단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신 상무는 “KT는 대한민국 통신 사업을 책임지는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생성형 AI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SKT는 현재 A.X 4.0을 에이닷 통화 요약 기능에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 SK그룹 내 여러 서비스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달 중 수학 문제 해결과 코드 개발 능력이 강화된 추론형 모델을 공개하고,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자체 모델 성능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KT는 자체 모델과 MS와의 협업 모델을 함께 선보이며 AI 전환 시장을 ‘투트랙’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향후 고성능 자체 개발 모델인 ‘믿음 프로’의 출시를 준비 중이며, MS와의 협업을 통해 GPT-4에 한국적 사고 능력을 추가로 학습 시켜 사용성을 개선한 모델도 순차 공개할 예정. 신 상무는 “MS와의 협업은 시장에서 최고 성능을 가진 AI로의 전환을 원할 경우, 아직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기술을 GPT 모델을 통해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