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텔은 '속도' 삼성은 '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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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12인치) 웨이퍼 위에 공정을 마친 반도체 칩이 만들어진 모습. 사진 TSMC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에 도전장을 던졌던 인텔과 삼성전자가 나란히 첨단 반도체 공정 개발 전략을 수정했다. 인텔은 올해 말 양산 예정인 1.8나노(1㎚=10억 분의 1m)급 공정의 생산 규모를 줄이고 차세대인 1.4나노 개발에 집중하며 '속도전'을 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4나노 개발 계획을 연기하는 대신 곧 양산을 앞둔 2나노 공정에 집중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나노’는 회로 선폭을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작을수록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이 더 뛰어난 첨단 반도체 제품에 해당한다. 미세한 반도체 칩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 파운드리는 공정 개발 계획(로드맵)을 공개해 잠재 고객 확보에 나선다.

각기 다른 로드맵 수정…인텔·삼성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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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인텔 비전 2025'의 오프닝 키노트에서 연설 중인 인텔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 사진 인텔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파운드리 사업에 커다란 변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탄 CEO는 1.8나노급에 해당하는 인텔의 18A(18옹스트롬) 공정의 고객사 확보 활동을 중단하고, 차세대 공정인 14A 개발에 주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한 인텔은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양산 로드맵을 내놓으며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삼성전자와 TSMC가 2025년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발표한 것과 달리 인텔은 1.8나노(18A) 공정을 내세웠다. 1.4나노 공정의 경우 삼성전자보다 1년, TSMC보다 2년 빠른 2026년 양산을 계획하며 선두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인텔이 로드맵 수정에 나선 것은 기술력 부족과 고객 확보의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최대 고객은 여전히 인텔이다. 인텔은 올 연말 출시될 자사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팬서레이크’를 18A 공정으로 양산할 계획이지만, 이 외에 유의미한 외부 고객사 물량은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업계 내에서 인텔의 18A 공정은 TSMC의 3나노 공정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로 알려졌다”며 “인텔 내부에서도 18A 제조 공정이 신규 고객들에게 매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TSMC, 흔들림 없는 로드맵으로 고객 신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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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1일 파운드리 협력사 교류 행사인 ‘세이프 포럼 2025’에서 1.4나노 양산 현재 목표를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연기하는 수정 로드맵을 발표했다. 대신 올해 말 양산 예정인 2나노 공정의 완성도를 높여 팹(반도체 생산시설) 가동률과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나노 수율은 수익성 확보 단계인 70%에 미치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자사 스마트폰 칩 공급사로 선택되지 못하고 외면받는 현실을 고려할 때, 2나노 공정의 성과는 더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 TSMC가 생산한 퀄컴 칩이 전량 탑재됐다. 하지만 하반기 출시될 폴더블폰 일부 제품에는 삼성전자가 설계하고 생산하는 2나노 공정 기반의 엑시노스 칩이 탑재된다. 이 칩의 경쟁력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그동안 선단 노드 경쟁에만 몰두하며 불안정한 공정 상태에서 다음 세대로 진입하는 일이 반복돼 수율이 낮아지고 고객사 신뢰를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선단 노드일수록 앞 단계가 허술하면 결과물을 내기 어려운 만큼 내실을 다지겠다는 이번 결정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TSMC는 로드맵의 수정 없이 고객사 신뢰를 높여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4월 TSMC는 1.4나노 로드맵에 2026년 1.6나노 공정을 추가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후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1.6나노 공정의 내년 하반기 양산 계획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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