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Health&] '한국형 ACGME' 플랫폼 구축, 역량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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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 교육 혁신 선도

美 교육 인증위, 국제 허브로 지정
윤리·지식 등 균형 잡힌 인재 키워
해외연수 등 지도교수 역량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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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3월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열린 ACGME 수석 부회장 로라 에드거의 특강 현장. 의료원 산하 40여 명의 지도전문의가 수련 프로그램 개선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2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3월, 미국 전공의·전임의 교육 인증위원회(ACGME)와 국내 최초의 국제 허브 지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 고려대의료원]

“전공의는 곧 국민이 만날 의사입니다. 수련 교육을 변화시키는 건 결국 내가 좋은 진료를 받기 위한 일이죠.”

국내 전공의 수련 환경에 일대 변화를 예고한 고려대의료원의 서보경 교육수련실장(고려대 의과대학 영상의학교실) 얘기다. 연차, 치료 건수만으로 좋은 의사가 되는 시대는 저물었다. 환자와 공감하고 윤리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의사, 기술과 인성을 갖춘 전문가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는 사회의 과제가 됐다. 의사 교육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어떤 의사가 내 곁에 있을지는 개인의 운을 넘어 제도의 문제다.

고려대의료원은 올해 3월, 미국 전공의·전임의 교육 인증위원회(ACGME)로부터 국내 최초의 ‘국제 허브’로 지정됐다. ACGME는 의사가 갖춰야 할 역량을 기준으로 수련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수련 병원을 평가·인증하는 기관이다.

고려대의료원은 국제 허브 지정에 이어 한국 실정에 맞는 KUM-ACGME라는 자체 교육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한국의 정책, 문화, 재정 구조를 반영한 한국형 전공의 수련 모델이다. 서보경 실장은 “이제 국내 전공의 수련 제도도 세계 수준의 교육 시스템으로 도약하는 길목에 서 있다”고 봤다.

선진형 지도전문의 교육 도입

의사 교육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은 역량 기반 교육(CBME)과 마일스톤 평가다. CBME는 연차, 수련 시간보다 눈에 보이는 역량을 갖췄는지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사의 핵심 역량은 6가지로 ▶환자 진료 능력 ▶자기 주도 학습 ▶전문성 및 윤리 ▶의사소통 능력 ▶보건의료시스템 이해 ▶자원관리 능력이다. 예컨대 CT를 몇 번 찍었느냐가 아닌 방사선 노출이나 비용 대비 효용까지 고민해 판단할 수 있는 의사를 길러낸다는 것이다.

마일스톤은 전공의가 수련 중 도달해야 할 성장 이정표다. 미국에서는 이를 1~5단계로 구분해 4단계 이상 돼야 전문의 자격이 주어진다. 시간이 흐른다고 전문의가 되지 않고, 실제 성장과 역량이 기준이 된다. 교수뿐 아니라 환자·보호자·간호사·동료 의사, 본인까지 참여하는 360도 평가가 따라붙는다. 서 실장은 “CBME는 시간 채우기 수련이 아니다.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춘 의사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선진화된 교육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지도 교수(전문의)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공의의 성장을 이끌고 평가의 질을 높이려면 교육자 스스로도 새로운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를 위해 지도전문의 역량 강화에 먼저 나섰다. 지난해 5월, 의학교육학·외과·응급의학과 등 교수진 5명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CGME 연례 연수에 파견했다. 현지에서는 소규모 토론, 역할극, 대화 중심 피드백을 통해 역량 기반 교육을 실제 임상에 어떻게 적용할지 집중적으로 훈련받았다. 올 3월에는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ACGME 수석 부회장인 로라 에드거를 초청해 특강과 워크숍을 열었다. 서 실장은 “8~9월엔 2, 3차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 의료원 내 1000여 명의 지도전문의 중 15%에 해당하는 인원이 참여해 실질적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KUM-ACGME는 ‘한국형 ACGME’의 실험실이다. 이 플랫폼은 전공의를 잘 가르치는 독립적이고 제도화된 수련평가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 현재 한국의 전공의 수련 제도는 인증, 평가, 재정지원 기능이 각기 다른 기관에 흩어져 있다. 수련의 질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독립된 전담기구가 없다는 점은 오래된 문제였다. 최근 대한의학회를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교육원’ 같은 상설기관 설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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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경 고려대의료원 교육수련실장

국가적 수련 제도 개혁 기반 목표

서 실장은 “KUM-ACGME는 전국 어디서 수련받든 일정 수준의 교육이 보장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며 “올해는 고려대의료원 내부에서 인턴 교육부터 적용하고, 내년엔 전국 병원과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CGME는 수련 제도를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공공 시스템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병원들은 ACGME 인증 없이는 공적 의료보험 제도에서 지원되는 전공의 급여도 없다. 병원 스스로 인증을 받기 위해 수련의 질을 높인다. 서 실장은 “전공의는 어떤 전문가로 성장할지 모르는 잠재성을 가졌다. 그 가능성을 키우는 일이 수련의 핵심”이라며 “고려대의료원이 쌓아온 경험이 국가 수련 제도 개혁의 실질적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의료원은 올해 교육 슬로건으로 개별 맞춤형 교육을 내세웠다. 수련 중단 후 복귀를 고려하는 전공의들이 늘면서 개인 상황에 맞춘 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다. 서 실장은 “모든 전공의가 같은 방식으로 성장하진 않는다. 진료와 연구, 임상과 공감, 일과 삶의 균형을 갖춘 전문가로서 잠재성을 발견하고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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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듯한 공포감 … 예고 없이 찾아오는 공황장애

공황장애는 흔히 유명인들만 겪는다고 인식되나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다. 실제 국내 진료 인원도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설마’ 하며 넘기지 말고 주요 증상들을 점검해 제때 치료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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