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생회복? 미래세대 부담?…소비쿠폰 신청 첫날 엇갈린 반응[르포]

본문

17530793323953.jpg

21일 오전 강원 춘천시 퇴계동행정복지센터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진호 기자

첫날부터 행정복지센터 북적 

21일 오전 10시 강원 춘천시 퇴계동 행정복지센터 4층 중회의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회의실에 도착한 한 시민이 대기 번호를 뽑자 151번 나왔다.

좁은 복도가 시민들로 가득 차자 현장에 있던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바로 옆 작은 도서관에서 대기해주세요”라고 안내했다. 도서관 안쪽도 소비 쿠폰을 받기 위한 시민들로 가득했다.

서모(46)씨는 “4인 가족이라 72만원을 받게 됐는데 부족한 생활비에 보탤 수 있어 좋다”며 “그런데 도시에 산다고 덜 주고, 농촌에 산다고 더 주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이모(43)씨는 “고물가에 경기도 안 좋아 손님이 너무 없다. 소비쿠폰이 발급되면 그나마 가족 단위 손님이 조금이라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생 쿠폰을 받으러 오기는 했으나 비판적인 시민도 적지 않다. 복도에서 만난 70대 남모씨는 “진짜 어렵고 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에겐 1억원을 줘도 괜찮은데 잘 먹고 사는 사람에게 왜 주는지 잘 모르겠다”며 “이런 정책이 미래세대를 더 어렵게 살아가게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모(44)씨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국민 세금으로 주는 건데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겠다”며 “소비쿠폰을 준다고 내수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1753079332622.jpg

21일 오전 강원 춘천시 퇴계동행정복지센터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진호 기자

 이날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동 행정복지센터에도 소비쿠폰을 신청하려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층 회의장에서 만난 김모(79)씨는 “기초연금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다”며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생활비에 보태려고 소비쿠폰을 신청하러 왔다”고 말했다. 김모(69)씨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계단도 오를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안 좋다”며 “한 푼이 아쉬워서 주민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인근 용암1동 행정복지센터엔 주민 3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이모(54)씨는 “몇 년 전만 해도 10만원이면 고기와 채소 등 한두끼 식재료를 구할 있었지만, 요즘은 같은 장을 봐도 15만원은 나올 정도로 물가가 올랐다”며 “먹고 살기 힘든 주민에겐 18만원도 큰 돈이다. 소비쿠폰 지급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1753079332895.jpg

충북 청주시 용암1동 행정복지센터에 주민 30여 명이 모여 소비쿠폰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최종권 기자

대전시 서구 둔산1동 사무소에 설치된 소비쿠폰 신청 창구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2층 회의실에 마련한 신청 창구의 20여개 대기석은 거의 비어 있었다.

둔산1동 관계자는 “읍면동 사무소를 찾는 소비쿠폰 신청자는 주로 온라인을 다루는 데 서툰 어르신 등이 찾는다”라며 “오전에 찾은 신청자가 20여명으로 많은 편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읍면동 사무소에서 발급하는 대표적인 소비쿠폰은 선불카드”라며 “현재 동사무소에 배정된 선불카드는 80여장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1차로 확보한 선불카드가 많지 않다”라며 “추가로 계속 주문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17530793331318.jpg

충북 청주시 성안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한 주민이 소비쿠폰 발급을 위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출생연도 끝자리 잘 보고 와야 

출생연도 끝자리를 생년월일 끝자리를 착각해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많았다. 소비쿠폰의 경우 신청 첫 주에는 시스템 과부하와 주민센터 혼잡 방지를 위해 출생 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제를 운용하고 있다.

출생 연도 끝자리가 1ㆍ6인 경우 월요일, 2ㆍ7은 화요일, 3ㆍ8은 수요일, 4ㆍ9는 목요일, 5ㆍ0은 금요일에 신청할 수 있다. 주말에는 온라인 신청만 가능하다.

춘천시 퇴계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이번 주까진 출생연도 끝자리를 확인 후 방문해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다”며 “생년월일 끝자리와 착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32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