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노란봉투법 본격 시동, 1년 유예기간 갖고, 경영계 방어권은 안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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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손경식 경총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김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첫 대외 일정을 중기중앙회, 경총, 대한상의 등 경영계 단체들과의 연쇄 간담회로 시작했다. 뉴스1

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관한 법률안)에 시동을 걸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주 여당 상임위원회 의원을 대상으로 정부안 설명회를 가졌다. 이르면 다음 주 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정부안에는 1년의 유예 기간이 포함됐지만, 경영계가 요구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방어권은 반영되지 않았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이번 주 국회 환노위 소속 여당 위원들을 대상으로 수정된 ‘노란봉투법’ 정부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국회 환노위는 다음 주 초 법안심사소위원회 개최를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야당이 반대할 경우 여당 단독으로 노란봉투법 ‘원포인트’ 법안소위를 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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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개념 확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다. 앞서 22대 국회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보다 더 강화된 내용의 법안이 범여권 소속 이용우(더불어민주당)·신장식(조국혁신당)·정혜경(진보당) 의원의 공동 발의로 제출되면서, 정부안이 어느 수준에서 조율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정부가 국회에 설명한 수정안은 거부권이 행사된 22대 법안을 토대로 2023년 현대차 대법원 판례(2017다46274)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먼저 당초 22대 법안에는 부칙으로 시행 유예 기간을 6개월로 두는 방안이 담겨 있었으나, 이번 정부안에서는 이를 1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먼저 입법한 후 시행령과 규칙 등을 통해 보완 작업을 한다는 취지다.

사업주 판단 기준과 관련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나왔으나 이런 내용은 이번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향후 하위 규칙 등을 통해 별도로 논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울러 법안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입법 이후 사용자 여부 판단을 전담할 조직을 노동위원회 산하에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 이용우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선 ‘명칭에 관계없이 원사업주가 자신의 업무를 다른 사업주에게 맡기고, 해당 업무를 자신의 사업장에서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등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적용 범위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정부의 수정안은 22대 법안과 마찬가지로 ‘원·하청 간접고용’에 한정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경영계가 우려를 제기하는 또 다른 조항은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결정’을 빼 쟁의행위 가능 대상을 넓히는 부분이다. 정부안에서는 이 부분에 정리해고 등 경영상의 결정을 추가로 명시해 들어간다. 환노위 관계자는 “원안에서는 ‘근로조건’이라고만 써 대상을 넓혔는데 정부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해당하는 지를 풀어 쓰는 방식”이라며 “불확실성을 줄이겠다 취지지만 대상을 좁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결국 경영상의 결정도 쟁의 행위 대상에 들어가므로 수정안이 입법되어도 경영계에서는 파업이 만연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3조에서도 정부안은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산정할 때 고려할 요소를 ▶노동조합 내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도 등 5~6가지 항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22대 법안에는 법원에서 정하게 돼 있었다.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제3조도 수정된다. 기존 원안은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개인의 배상액을 개별적으로 따져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연대책임 원칙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안은 공동불법행위자 간의 연대책임은 유지하되, 이후 개인의 손해액 분담 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례를 반영해 조문을 다듬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22대 민주당 법안은 처음부터 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을 제한하는 반면 수정안은 일단 책임은 있지만 사후에 개인의 배상 범위를 제한한다는 차이”라며 “일단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수정된 형태가 법적 안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경영계는 대체근로 허용 등 사용자 측의 ‘방어권’ 보장을 요구했으나, 이 부분은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사용자가 노조나 책임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배임 면제’ 조항만 유지된다.

한편 이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김영훈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손 회장은 “노조법 제2·3조 개정은 노사관계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혼란과 부작용을 줄 수 있다”며 “장관께서 노조법 개정 논의를 위한 노사 간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영계 측 관계자는 “자동차·조선업·건설업 등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와 파업이 빈번해질 경우 산업 생태계는 붕괴되고 산업 경쟁력을 심하게 저해시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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