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野땐 "검증 강화" 與땐 뭉개기…청문회 개정안, 17년간 2%만 통과 [너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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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왼쪽),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현동 기자

‘2%’.

지난 17년 간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이재명 정부를 거치며 국회 문턱을 넘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비율이다. ‘청문회 무용론’이 매 정권마다 반복된 배경엔 이처럼 여야가 입장이 바뀌면 ‘내로남불’ 입법 행태를 보이는 게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야당일 때는 송곳 검증을 벼르며 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다가 정권을 잡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처리를 뭉개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청문회법은 이명박 정부 42건, 박근혜 정부 43건, 문재인 정부 68건, 윤석열 정부 34건 등 숱하게 발의됐다. 지난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도 벌써 7건이 발의됐다. 여야 모두 청문 제도 개선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지만, 194건의 법안 가운데 실제 통과는 4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청문 제도를 바꾸는 내용은 1건이었고, 나머지 법안은 일본식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거나, 청문 관련 대상을 추가하는 내용이었다.

발의만 해놓고 처리는 나몰라라 하는 게 반복되다 보니 이들 법안 167건은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23건은 계류 중이지만 이 또한 대부분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은 후보자를 고리로 정권을 흔들려고 하고, 여당은 방어하기에 급급하다”며 “결국 공직자의 도덕적·정책적 역량을 평가하려는 제도의 본질적 부분엔 관심이 없어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 야당이 발의한 청문회법 개정안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명박 정부에선 야당이 발의한 비중이 71.4%(30건)였고, 박근혜 정부 76.7%(33건), 문재인 정부 73.5%(50건), 윤석열 정부 85.2%(29건)였다. ▶인사청문회 실시 대상 확대 ▶청문회 기간 확대 ▶청문 자료 제출 강제화 ▶공직자 위증 시 처벌 조항 신설 등 공세적 법안이 대부분이다. 현 정부에서 발의된 7건 중 6건도 야당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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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중적 태도는 국회 회의록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신상·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직무수행 능력은 공개로 하는 이원화된 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인 민주당 반대로 폐기됐다. 하지만 그랬던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여당이 되자 사실상 동일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현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은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공직 후보자의 답변서 제출 기한을 청문회 개회 72시간 전으로 하고, 자료 제출 기한을 3일 이내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제때 되지 않아 검증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11월 민주당에서도 청문회 개회 3일 전까지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2023년 4월 6일 이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장에서 당시 소위원장이던 송 의원의 입장은 사뭇 달라졌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국회의 심사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하거든요.”
▶송 위원장=“아니, 지금도 자료는 다 받고 있는 거잖아요.”
▶진 의원=“못 낼 때도 많지. 청문회 당일 날 ‘그 자료 언제까지 낼 거냐’ 호통을 쳐 가지고 겨우 ‘오후에 내겠다, 어쩌겠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아닙니까.”
▶송 위원장=“그것은 다음에 한 번 더 논의를 하시지요.”

회의는 이렇게 끝났고, 해당 법안은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 정부에서도 내로남불 입법 행태는 반복 조짐을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내각 인사가 이뤄지자 청문회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할 경우 처벌하고, 자료 제출 확대 등을 담은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반면 민주당은 청문회 이원화 등 사생활 검증을 제한하는 법안으로 맞불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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