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업가, 인터폴 수배자, 문화예술인...'새로운 끝' 꿈꾸는 파…
-
7회 연결
본문

책표지
새로운 끝으로
최원영 지음
조윤커뮤니케이션
누구의 인생인들 파란만장하지 않겠느냐마는 최원영 전 동아그룹 사장의 삶만큼 이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사업가로 시작해 언론출판·교육계를 두루 거친 명사였다.
하지만 19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때 학교 이사장 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거기선 ‘인터폴 레드’로 수배돼 10여 년 동안 숨어 지내야 했다. 고민 끝에 자진 귀국을 결심했고 몇 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고 나서는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새로운 끝을 만들기 위해” 새 삶을 살고 있다. 때로는 장편소설 작가로, 때로는 플루트·첼로 연주자와 작곡가로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며 누구보다 다채로운 삶을 살아온 그가 자신의 역정을 날줄과 씨줄로 엮은 『새로운 끝으로』를 펴냈다.
혹자는 선입견 때문에 무슨 변명이나 자랑을 늘어놓으려고 책을 냈느냐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판단이야 독자들 나름대로 제각각 할 수 있겠지만 세계적 유명 인사들과의 인터뷰, 자서전적 에세이 등이 가득히 실려 있는 그의 책에서 무게감과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1977년 이후 약 10년 간의 동아그룹 사장 시절, 1988년부터 약 10년 간 시사저널 창간, 예원학교와 전 경원학원 이사장 등 언론과 교육 분야 시절, 이후 미국 생활을 ‘생산적으로’ 회고했다. 그저 개인사적인 옛이야기를 모아 놓기만 한 게 아니라 현대 한국사에서도 중요할 수 있는 장면들을 복기했다.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한국 해외 건설의 새 장을 여는 분수령이었다. 지은이 최 전 사장은 치열했던 수주 과정, 실제 공사 진행과 관련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돌이켜봤다. 동아그룹 창업자인 아버지 최준문 회장, 불도저 또는 풍운아라 불렸던 형 최원석 회장과의 일화도 자세히 소개했다.
지은이는 1984년 고품격 클래식음악 잡지 ‘객석’에 이어 1989년 ‘시사저널’을 창간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시사저널 창간 기념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한 빌리 브란트 독일 전 총리와는 설악산에서 독일의 동방정책과 통일 전망 등에 관해 오붓하면서도 깊이 있는 대담을 했다. 브란트 전 총리는 당시만 해도 독일이 통일되려면 앞으로 적어도 10년 정도는 더 걸릴 것이라고 봤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한국을 떠난 후 2주 만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으며 그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독일통일이 이루어졌다는 후일담을 전한다.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과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객석 독자이기도 했던 윤이상 작곡가와의 만남은 1993년 11월 독일 베를린 자택에서 이루어졌다. 윤 선생의 한국 귀국과 친필 악보 기증을 논의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끝내 무산된 윤 선생의 귀국에 얽힌 소상한 내용들을 소개했다.
이 책에는 또 마이클 잭슨,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 세계적 유명 인사들과 얼마 전 타계한 가수 김민기, 노태우 전 대통령, 한국 현대 바둑의 아버지 조남철 선생 등 지은이와 특별히 인연이 깊었던 사람들과의 대화도 실려 있어 ‘의미와 재미’를 더해 준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