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인구가 감소하면서 인구절벽 위기에 놓인 중국이 내년부터 자녀 1명당 총 1만800위안(약209만원)의 육아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공식 폐기한 지 9년 만에 중앙 정부가 출산 장려를 위해 현금성 보조금 지급을 결정한 것이다.

2022년 1월 17일 중국 안후이성 푸양시의 산부인과 신생아실. AFP=연합뉴스

2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만3세까지 자녀 1인당 매년 3600위안(약69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육아보조금 제도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이후 출생자는 내년부터 3년간 총 1만800위안(약209만원)의 육아수당을 받게된다. 가구당 최대 3명까지 신청 가능하다. 중국 당국은 매년 2000가구 이상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에서 현금성 육아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육아 보조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출산율 급락과 혼인 감소 등으로 인구가 급감하는 ‘인구절벽’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당국은 출산율 반등을 위해 출산 장려금 지급, 육아 수당 지원, 주택 구매 보조금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젊은 층으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베이징 미윈구의 세자녀 출산 장려 조형물 앞으로 한 가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NYT 캡처

중국은 인구가 급증하던 1978년 출산억제 차원에서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도입했지만 출산율이 하락하자 2016년 ‘두자녀 허용’ 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2021년부터는 세자녀도 허용했지만 출산율은 감소 추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출생아 수는 956만명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1000만명을 밑돌았다. 전체 인구도 2022년 14억1176만명으로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3년 연속 줄어들었다.

박경민 기자

지난해 중국의 합계출산율도 1.01명을 기록해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유엔은 지난해초 발표한 ’2024년 세계인구전망‘에서 2100년 경에는 중국 인구가 7억860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관계자는 신화통신에 “이번 정책은 전국 단위의 중요한 민생 정책으로, 육아 가정에 현금 보조금을 제공해 출산·양육 부담을 경감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이번 조치가 헝가리의 신생아 세금 공제, 폴란드의 육아 보조금, 한국·일본의 육아수당 등과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 흐름 속에 소비 진작 차원에서 현금성 보조금을 도입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5월 30일 중국 허난성 지위안시의 한 유치원 원생들이 민속 놀이를 즐기고 있다. 최근 중국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올 한 해 2만6000개 유치원이 원생 감소로 문을 닫을 전망이다. 신화=연합뉴스

출산율이 갈수록 하락하면서 문을 닫는 유치원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중국 유치원생은 최근 4년간 25% 감소했다. 2020년 4800만명에서 2024년 3600만명으로 4년 만에 1200만명이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2021년 29만개였던 유치원 숫자도 2023년 25만개로 줄었다. 일부 유치원은 침대 등을 구비해 요양원 등으로 전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 25일 리창 총리 주재로 열린 중국 국무원 상무회의는 각 지방정부에 유치원 무상교육 시행 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