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관세 발효 앞두고 미국인들, K-상품 패닉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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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아시아 화장품 매장에서 한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발효 시한을 앞두고 미국에서 한국산 제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철강과 반도체를 겨냥한 관세 정책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가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미국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패닉바잉(불안 심리에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한 30대 여성은 관세 소식을 듣고 1년 치 아이라이너와 자외선차단제를 구매했다고 한다. NYT는“이 여성은 미국에서 인기 있는 화장품의 가격 인상에 대비해 사재기하는 많은 ‘K-뷰티’ 소비자 중 하나”라고 전했다.
사재기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율을 처음 발표한 지난 4월부터 계속됐다. 이후 일본과 유럽연합(EU)은 각각 미국과의 협상으로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한국과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당초 예고된 25%의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한국산 수입품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롭 핸드필드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교수는 “미국인들이 관세에 앞서 행동에 나섰다. 수입 제품을 전보다 더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美 소비자, 한국 관세에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소셜미디어(SNS)에선 관세 발효 전 살만한 제품을 추천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틱톡에서 50만 팔로워를 가진 한 인플루언서는 자신이 사재기한 한국 화장품 목록을 공유했다. 미 패션지 코스모폴리탄도 “관세가 부과되기 전 비축해야 하는 K-뷰티 제품”으로 자외선차단제, 마스크팩, 스킨케어 제품을 소개했다.
매장에서도 재고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전 세계에 10%의 기본관세를 도입한 상황이다. 한 화장품 판매자는 “아직은 관세로 인한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필요가 없었지만,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한국산 제품을 계속 구매하겠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동안 가격 경쟁력에 의존했던 한국 브랜드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판매자는 “K-뷰티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인데, 그동안 가격 경쟁력에 의존했던 한국 브랜드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많은 미국인이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관세 인하에 합의하거나 화장품처럼 가격이 저렴한 품목은 제외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K팝 팬들 “8월1일 전에 배송해달라”

지난 6월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리는 2025 마이케이 페스타(MyK FESTA) 케이팝 콘서트를 찾은 외국인들이 입장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K-뷰티 뿐 아니라 K팝 팬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음원과 디지털 콘텐트는 이번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실물 음반이나 굿즈는 가격이 오를 수 있어서다. 팬들 사이에선 관세 발효 시한인 8월 1일 전에 물건을 배송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한 K팝 팬은 X(옛 트위터)에 187달러(약 27만원) 치의 음반과 굿즈를 구매한 ‘인증샷’을 올렸다.
미국 매출이 줄어들면 음반 제작을 축소하거나 투어가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약 2억 9200만 달러(약 4070억원)로, 이중 상당수가 미국에 판매됐다. 미 온라인매체 콰르츠는 “트럼프의 관세는 세계 무역 전쟁에서 비교적 안전했던 K팝 생태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며 “실물 음반은 여전히 (K팝 기업의) 핵심 수익원이자 기둥”이라고 전했다.
콰르츠는 트럼프 관세를 비판하는 것이 K팝 팬들 사이에서 밈(meme)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정책을 전쟁에 비유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이미지에 합성하는 식이다. 일부 팬들은 “한국에 대한 관세를 환영하는 사람은 K팝의 적대자”, “트럼프는 K팝 팬들을 화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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