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200만명 대피를” 러 강진이 깨운 ‘쓰나미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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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당시 기억이 떠올라 무서웠다.” 30일 X에 이런 글이 대거 올라왔다. 이날 오전 8시 25분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 부근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 태평양연안 지역에 종일 쓰나미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졌다.

총무성 소방처에 따르면 전국에서 200만 명 이상이 대피 지시를 받았다. 공항이 일시 폐쇄됐고, 철도 운행도 중단됐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2만여명의 목숨을 잃은 트라우마 때문에 “방심해선 안된다” “지진이 발생하면 무조건 고지대로 대피해야 한다”는 위기와 불안감이 일본열도를 뒤덮었다. 가뜩이나 7월 대지진설이 나온 와중에 발생한 쓰나미 경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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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지진 발생 2시간 반 만에 홋카이도에 30㎝높이의 쓰나미가 도달했다. 도쿄와 요코하마 등 수도권에서도 20~30㎝의 쓰나미가 발생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이지만, 이렇게 넓은 지역에 종일 쓰나미 경보가 내려진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일본 방송사들은 종일 임시 재난방송을 편성하며 대피를 촉구했다. 이날 일본 곳곳에서 35도 안팎의 폭염이 나타났다. NHK의 아나운서는 “더워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겠지만 동일본 대지진때 대피 중 자택으로 되돌아가다 희생된 사람들이 있다. 절대 되돌아가지 말라. 충분히 수분섭취를 하면서 대피해달라”고 호소했다.

쓰나미는 1진보다 2진, 3진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이와테현에서는 지진 발생 5시간 반 만에 1m30㎝의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지바현에서는 바다에서 강으로 파도가 역류하는 모습이 포착돼 14년전의 참사를 상기시켰다.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10분 후 총리관저에 정보 연락실을 설치하고 정보 수집에 나섰다. 지자체와 교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각 자치체는 방재 무선으로 대피명령을 내려 많은 사람이 고지대로 이동하거나 지자체가 마련한 대피소에 머물렀다. 90대 남성이 대피 중 열사병으로 응급 이송되는 등 부상자가 4명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가 덮친 센다이 공항은 재빨리 활주로를 폐쇄했다. 진원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역이나 신주쿠역에서도 해안가로 향하는 철도는 운행이 중단됐다. 인기 관광지인 가마쿠라를 달리는 에노시마 전철도 전 노선이 운행 중단됐다. 가마쿠라시는 시청과 시의회를 개방해 임시 대피소로 사용했다. 각지의 수족관과 해수욕장도 영업이 중단됐고, 편의점도 약 800개 매장이 임시 폐쇄됐다.

기상청은 최소 하루 이상 쓰나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때 마침 이날은 효고현에서 관측 사상 최고인 41.2도를 기록했다. 31일에도 쓰나미, 더위와의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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