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역을 중심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정모 씨 부부. 뉴스1

경기 수원시 등에서 760억원대 규모의 전세 사기를 저지른 ‘수원 전세 사기 일가족’을 도운 공인중개사 등을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수원지역의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 A씨(40대)를 구속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또 A씨가 운영하는 공인중개업체에서 일하며 중개 보조를 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10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전세 사기를 저지른 정씨 일가와 공모해 105명에게 부동산을 중개해 15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정씨 일가가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들에게 부동산을 중개했다. 2020년 6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법정 중개보수를 초과한 1억5000만원 상당의 수수료(166건)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17년부터 부동산 중개업체를 운영하면서 일가족과 법인 명의로 780여 가구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정씨 일가를 알게 됐다. 그는 2019년부터는 정씨 일가의 임대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신규 임차인 모집은 물론 건물 하자보수를 비롯한 민원 대응 등 건물 관리업무를 맡았다.

수원 전세사기 정씨 일가의 범행 조직도. 수원지검

A씨는 2021년 8월쯤 정씨 일가의 임대사업이 무자본 갭투자와 보증금 돌려막기로 이뤄져 임차인에게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거액의 수수료를 노리고 “집주인이 부자라 보증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임차인들을 속였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들에게 건물 전체가 하나의 공동담보만 설정된 것처럼 속이거나 기존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액 규모를 줄여서 안내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 일가의 전세 사기에 가담한 다른 공인중개업체에 대한 수사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씨 일가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임차인 500여 명에게 전세보증금 약 76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열린 항소심에서 주범인 정씨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아내 김씨와 아들은 징역 6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