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파리 한복판에 프랑스 정부가 이슬람 사원 만든 뜻은[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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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장소
박단·이수정 외 지음
틈새의시간
오늘날 유럽에는 유무형의 이슬람 유산이 곳곳에 남아있다. 21명의 학자가 이를 종교, 문화, 사상‧언어, 일상 등 네 범주로 탐색했다.
숭실대 김지영 교수는 이슬람 세력인 오스만 제국과 정면으로 싸웠던 헝가리에 남은 이슬람 문명의 요소와 영향을 파악했다. 헝가리 요리인 구야시(굴라시)의 필수 재료인 파프리카 가루와 헝가리 민요의 5성 음계에도 이슬람적, 또는 아시아적 특성이 남아있다. 16세기 중반부터 150년 간 오스만 지배 속에 교류와 협력, 갈등과 투쟁을 지속했던 기억은 헝가리인들에게 ‘이슬람 세계에 맞선 기독교 세계의 수호자’라는 자의식으로 발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2년 파리 대모스크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서강대 박단 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 뒤인 1926년 프랑스 정부가 무슬림 식민지 병사 추모공간으로서 조성한 파리 대모스크에 주목한다. 나치 점령기에는 유대인의 피신처 역할을 했다는 ‘신화’를 낳은 이곳은 히잡 등 이슬람 관련 국내외 이슈가 생길 때마다 급진주의를 비판하며 ‘공화국의 이슬람’ ‘프랑스의 이슬람’의 구심점이 됐다.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이수정 교수는 이슬람 세력이 스페인 그라나다에 남긴 알람브라 궁전을 “과거 이슬람과 가톨릭 두 문명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형성한 공간”으로 평가한다. 그러면서 매년 300만 명이 찾는 이곳을 “현대사회에서 역사적 유산이 지닌 의미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홍익대 최성철 교수는 14세기 후반 스페인‧북아프리카‧중동을 오가며 활약한 무슬림 학자 이븐 할둔을 조명한다. 이면의 본질과 원리를 찾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게와 아널드 토인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사회학자 오귀스트 콩테 등 서구 근대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서강대 김형민 교수와 한국외대 이강국 교수는 각각 독일어와 스페인어에서 아랍어의 흔적과 영향을 찾는다. 역사와 문화의 거대한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든다. 책을 기획한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이슬람 세계와 유럽의 역사·문화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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