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 정부는 '호남대'…인사 문지기는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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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로 본 이재명 대통령 용인술

‘고소영’ ‘성시경’ ‘캠코더’ 다음은 ‘호남대’.

역대 정부마다 인사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첫 인선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 및 과제를 들여다볼 수 있어 정권의 성격을 규정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곤 한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 정부의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라인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다.

출범 60일을 맞이한 이재명 정부는 ‘호남대(호남·성남-경기·대기업)’ 라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재명 정부는 1기 내각 기준으로 역대 민주당 정부 중에서도 호남 출신 장관 숫자가 가장 많다. 김대중 정부는 4명, 노무현 정부는 4명, 문재인 정부는 5명 등이었는데, 이재명 정부에선 7명으로 늘었다. 특히 조현(외교부)·정동영(통일부)·안규백(국방부)·김윤덕(국토교통부) 등 전북 출신이 두드러진다.

대통령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이른바 ‘문고리 권력’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했던 이른바 ‘성남’ 라인이 맡았다. 김남준 1부속실장, 윤기천 2부속실장, 김현지 총무비서관, 김용채 인사비서관 등이 꼽힌다.

한편 네이버 출신의 한성숙(중기부·전 네이버 대표이사), 하정우(AI수석·전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 두산 출신의 김정관(산업부·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LG 출신 배경훈(과기부·전 LG AI연구원장) 등 대기업 출신들도 중용됐다. 반면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인재풀 역할을 했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나 대학 교수 그룹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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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36% 호남 출신…정치 영향력 제한된 관료들 뒤에 ‘성남 라인’ 비서관으로 배치

조귀동 민 정치컨설팅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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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신임 장관들과 국무회의를 열고 첫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출범한 지 두 달째를 맞는 이재명 정부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인사(人事)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인사이더(내부자) 집단의 강한 영향력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한 ‘시스템 인사’나 인사수석(추천)-민정수석(검증)-인사추천회의(토론)의 세 축으로 돌아가는 전통적 인사 관리 방식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몇몇 측근들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임의적이거나 나아가 비공식적인 권력에 가깝다.

향후 선거 및 권력 배분을 강하게 의식한 행보도 눈에 띈다. 뚜렷한 2인자를 만들지 않고, 정부 인사들이 선출직을 노리지 않게 해 권력 누수 현상을 막겠다는 포석이 대표적이다. 물론 핵심 직위 바깥에선 향후 선거를 염두에 뒀음이 분명한 인사도 있다. 인적 구성을 보면 기업인 출신이 중요 보직을 맡고, 호남 출신들도 이례적일 정도로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거꾸로 교수나 시민단체 출신의 비중은 확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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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수경 기자 xxxxxxxxxxxxxxxxxxxxxxxx

고위직 배분은 정치권력이 엘리트 집단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수단이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 행태엔 성남시장과 비노·비문이라는 비주류 출신 대통령이 소수의 핵심 집단을 중심으로 이들을 어떻게 충원할지에 대한 고민이 강하게 묻어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당시 주류였던 80년대 초반 학번 명문대 운동권 출신이 수십 년간 여의도,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에서 복합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상황과 다르기 때문이다. 지자체장 밑의 공무원 신분으로 일했던 핵심 집단은 이 대통령과 수직적, 분절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또 국가 수준의 정무·행정·조직 운영 경험이 부족하다. 그들이 임명될 수 있는 직위에도 뚜렷한 한계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충원된 집단은 다양한 배경의 비주류다. 손학규계·박원순계 출신의 국회의원들이나 원외 인사 위주였던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통령과 수직적·거래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충성을 확보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신참자를 끊임없이 충원하고 경쟁을 유도하는 조직 구조를 만드는 등의 전략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한편 대통령이 유력 정치인이나 특정 파벌에 빚진 게 적은 것은 인사에서 자율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이재명 정부의 고위직 인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게 됐다.

1 드러나지 않는 인사위원회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인사와 관련해서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보자 검증 보고 계선이 ‘인사비서관→총무비서관→비서실장’이라는 데서 드러나듯 김용채 인사비서관의 상급자 역할이다. 문제는 이전 민주당 정부에서 인사수석이 맡고 있던 후보자 추천 및 선발 권한을 김 비서관이 오롯이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식적인 조직을 맡고 있는 게 아닐 뿐만 아니라, 스스로 “그냥 참모일 뿐”이라고 몸을 낮추는 데서 드러나듯 적극적인 권한 행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사위원회가 있다지만 명확한 역할이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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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수경 기자 xxxxxxxxxxxxxxxxxxxxxxxx

고위직 인사에 영향을 미칠만한 인사이더들이 인사권을 분점하면서 할거하는 양상이 이재명 정부 인사의 실상에 가깝다. 경제·외교·치안 등 각자 네트워크를 가진 분야에서 추천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각자의 지분만큼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검증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하거나 알맞은 직위를 주지 않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송기호 변호사가 국정상황실장에서 곧장 주특기인 경제안보비서관으로 이동하거나, 박관천 경호처 차장이 내정자 신분으로 한 달 넘게 일을 하다가 경호처 내 신설된 정책관으로 변경되는 등의 사건이 벌어진 원인이다.

2  뚜렷한 2인자 없는 이재명 정부
뚜렷한 2인자 없이 상호 경쟁과 견제를 염두에 둔 조직 구조도 특징이다. 94학번인 강훈식 비서실장과 81학번인 우상호 정무수석을 함께 배치한 게 대표적이다. 정무 관련 사항에 대해 권한을 분점하는 양상이다.

정책에서도 기재부 관료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연을 맺은 기간이 짧은, 따라서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는 이들이 대거 발탁됐다. 막후 인물의 영향력이 커지기 쉽다. 성남시-경기도 측근들이 요소요소에 비서관으로 자리 잡은 게 대표적이다. 경쟁하는 사람들을 경쟁적인 부서에 배치하는 인사는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권한을 극대화하는 주된 수단이다. 대통령학 전문가들은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권한 위임은 미완성인 채 책임 한계는 불확실하게, 범위의 기준은 중복시킨”(리처드 뉴스타트, 『대통령의 권력』) 인사의 대표 주자로 꼽는다.

3 전북 강세…‘친명 엘리트’의 확장
이재명 정부 장관이나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직 중 호남 출신은 36%(28명 중 10명)로 문재인(28%)·박근혜(21%)·노무현(17%) 정부를 압도한다. 장관이 많고 호남 중에서도 전북 출신이 눈에 띈다. 김용범 정책실장(무안·대동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장성·광주일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광주·전남여고), 조현 외교부 장관(김제·전주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부안·동암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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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수경 기자 xxxxxxxxxxxxxxxxxxxxxxxx

문재인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 관료를 장관보다는 차관급으로 주로 발탁했다. 장관급 직위는 언론 노출 빈도가 높고 재량권이 많아 향후 선출직 도전의 기반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굳이 신참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이재명 정부는 이와 달리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정은경 장관의 경우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광주광역시 서구 일대에서 그를 후보자로 넣은 가상 대결 여론조사가 실시되기도 했다. 전북 출신 정치인의 입각도 친명 엘리트의 세력을 확장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4 소외된 교수·시민단체·혁신회의
친명이지만 정작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에서 소외된 집단도 있다. 바로 더민주전국혁신회의다. 유일하게 고위직에 발탁됐던 인물은 강선우 전 여가부 장관 후보자다. 원외 인사인 이들도 청와대에 진입한 경우가 드물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먼저 2026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뛰는 사람에게 경력 관리용 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조직 안정성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민석 총리, 강훈식 비서실장의 경우 선임 이후 서울시장이나 충남지사 출마설이 쑥 들어갔다. 두 번째는 지난 총선에서 혁신회의 인사들이 대거 공천받아 당선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배려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다.

반면 친명 중 다음 선거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인사도 있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이다. 김 청장이 지난 총선 경선에서 신영대 의원에게 패배한 군산-김제-부안갑 선거구는 새만금이 핵심 이슈다. 신 의원의 전 캠프 사무장은 경선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항소심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신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다.

5 이유 있는 윤 정부 출신 관료 재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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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수경 기자 xxxxxxxxxxxxxxxxxxxxxxxx

기업인 출신의 입각은 이재명 정부의 특징 중 하나다. 보수 정부에서도 기업인 출신을 바로 쓰는 경운 드물었다. 정경유착이라는 시선과 조직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성과 중심이고 조직에서 역할과 책임이 분명한 기업과 달리 정부는 합의와 협상이 중요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기업인을 중용하는 이유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리더십에 있다. 정무적 판단보다 효율적 집행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위직 후보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엘리트 집단을 관리하는 고전적인 방법 중 하나는 직위를 놓고 경쟁하는 후보자를 늘려, 내부 경쟁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입각한 기업인 출신 중 몇몇에 대해 지난해 총선 때부터 이 대통령이 눈여겨보고 있던 인물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일찍부터 여의도 밖으로 후보자 범위를 넓히고자 했음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물을 유임하거나 승진시키는 것도 후보자 확대의 일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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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동 민 정치컨설팅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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