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검은 금요일' 쇼크 덮친 날…與, &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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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몰린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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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하루 만인 1일 3.88%까지 급락하며 3119.41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4.03% 떨어진 772.7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달러당 원화값도 1400원대로 떨어졌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최기웅 기자

연일 달아오르던 국내 증시가 4%가량 급락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달러에 대한 원화값도 1400원대로 떨어졌다.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건 세제개편안이다. 여기에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시장을 더욱 가라앉게 했다. 하지만 여당은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더 세진 상법’(2차 상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3.88%(126.03포인트) 하락한 3119.41로 장을 마쳤다. 미국발(發) 글로벌 무역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4월 7일(-5.57%) 이후 3개월여 만에 하락폭이 가장 크다. 이날 주요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3.50%)가 6만8900원에 장을 마쳐 ‘7만전자’를 내줬으며 SK하이닉스도 5.67% 급락했다. ‘셀 코리아’에 나선 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였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지난달 23일부터 7거래일 동안 3조6060억원을 순매수했다가 이달 1일에만 6524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1조720억원을 팔았다. 개인은 1조6283억원 순매수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전날보다 4.03% 떨어진 772.79에 마감했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값도 두 달 반 만에 1400원대로 추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주간 거래에서 전날 종가(1387원)보다 14.4원 급락한(환율은 상승) 140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원화가치가 1400원 선을 뚫고 하락한 건 지난 5월 14일(1420원) 이후 처음이다. 연고점을 기록한 6월 말(1350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50원 넘게 떨어졌다.

이날 ‘증시 발작’을 일으킨 주요 요인으로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꼽힌다. 배당 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지방소득세 포함)은 38.5%로 시장 예상치보다 높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이 50억원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강화됐다. 모든 주식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증권거래세율 인상(코스피 0→0.05%, 코스닥 0.15→0.2%)과 법인세율 인상(최고세율 24→25%)도 투자 심리를 움츠러들게 했다.

개인 투자자는 세제개편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전자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청원 동의자는 하루 만에 3만 명을 돌파했다. 연말마다 과세를 피하려는 ‘대주주’가 주식을 팔았다가 연초에 다시 매수하는 거래가 반복돼 시장 변동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원 작성자는 “양도소득세는 연말에 회피하기 위해 팔면 그만인 법안인데 연말마다 회피 물량이 쏟아지면 미국처럼 우상향할 수 없다”며 “미장(미국 증시)이랑 국장(한국 증시) 세금이 똑같으면 어느 바보가 국장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재계 ‘관세협상 원팀’ 뛰었는데…돌아온 건 ‘기업 옥죄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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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석 법제사법위원장이 1일 여의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주도 거수 표결로 ‘노란봉투법’ 등을 통과시키자 국민의힘 의원(왼쪽)들이 일어서서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아파트 한 채 평균 가격(14억원)을 밑도는 10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을 대주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상식적이냐”고 비판했다. 만약 한 투자자가 삼성전자의 주식 10억원어치를 보유했다면 지분율은 0.0002%에 불과하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한국 주식시장 상승을 이끈 동력 중 한 축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등 정책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으로 정책이라는 동력 축이 무너지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코스피 급락이 어떤 식의 선후 관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인과 관계 분석이 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단순히 코스피 등락은 세제 개편 이후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고 인과관계를 나중에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급락하자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조세 정상화 특위’, ‘코스피 5000 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처럼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여당은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을 밀어붙이기에 돌입했다. 이날 민주당은 두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4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할 방침이다.

여야는 이날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을 심사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국민의힘은 “파업 조장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액주주도 원하는 후보를 이사로 올릴 수 있게 되지만, 자칫 해외 투기자본 등에 경영권이 장악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3일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부분이다. 1차 개정안엔 기업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명시하고, 사내 및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3%를 초과할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는 강화된 ‘3%룰’ 내용이 담겼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의 생태계를 황폐화하는 빨간 기업 죽이기법(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고, 거기에 상법으로 기업을 옥죈다”며 “명분은 노동자를 위하고 소액투자자를 위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기업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도 “단기 차익만을 노린 외부 세력이 기업을 공격할 수 있다”며 “경영권이 취약해졌을 때 실제로 회사가 생존해 나갈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집권 여당이면서 다수당이 그에 대한 책임과 공과도 같이 쥔다고 생각한다”며 표결을 진행했다.

재계에선 두 법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수백 개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원청 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다”며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정부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했음에도 ‘반기업적’ 법안이 잇달아 추진되는 데 대해 아쉬운 기색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그룹 총수는 협상 타결 직전 직접 미국 워싱턴DC에 집결해 힘을 보탰고, ‘미국통’으로 꼽히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일찌감치 현지에서 미 상·하원 의원 및 싱크탱크 관계자를 접촉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민간에서 적극 나서는 것은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이자 전략이었고, 실제로 협상 결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며 “다만 여전히 관세에 따른 부담이 큰 만큼 정부도 경영 현실을 고려해 정책 방향을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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