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0만 MZ 술꾼 분석…목요일 오후 5시에 BTS 뷔 와인 산다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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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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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이미지. 챗GPT 생성

8.4ℓ. 20세 이상 한국인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입니다(한국건강증진개발원, 2024년 알코올통계자료집). 전 세계 평균이 5.5ℓ(WHO, 2019)라는 걸 감안하면, 한국은 ‘음주 국가’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언제, 어떤 술을, 왜 마실까요.

한국인의 음주 문화를 이해하려면 실제 주류 소비 패턴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 「2024년도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선 여전히 맥주와 소주가 약 80%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50~70대와는 철저히 다른 소비 형태를 보인다고 진단해요. 코로나19 이후 홈술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취하려고 마시는 술’에서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로 문화가 변화하며 젊은 세대 중심으로 위스키·와인·전통주 등으로 주류 소비가 다각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비크닉은 온라인 주류 플랫폼 ‘데일리샷’ 사용자 100만 명의 최근 2년 간 구매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데일리샷은 2018년 맥주 구독 서비스로 시작, 현재는 주류 상품 약 17만 개를 판매하는 플랫폼입니다. 지난 6월까지 247만명이 앱을 다운받았고, 올해 상반기 평균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13만명을 기록했죠. 사용자의 90%가 20~40대라는 특성상 한국 주류 시장에서 새로운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젊은 세대의 주류 소비 트렌드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인의 음주 문화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해볼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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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샷 앱 화면. 데일리샷

BTS 뷔가 마신 2만 원대 와인 판매 1위…주류도 셀럽 파워

해당 플랫폼에서 최근 2년 동안 가장 많이 구매한 술은 화이트와인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이었습니다. 2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 다양한 음식과의 페어링 가능성으로 와인 입문자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죠. 하지만 다른 소비재처럼 결정적인 변수는 셀럽이었습니다. 김선아 데일리 샷 와인 전문 MD는 “BTS 뷔가 쟁여두는 와인으로 명성을 얻고, 지난해 8월엔 배우 하정우가 직접 그린 라벨 한정판까지 출시되면서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어요. 셀럽들의 파급력이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춘 사례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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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MZ세대가 사랑하는 술 TOP 10. 박현아 디자이너

사케 ‘닷사이 준마이 다이긴죠23’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어요. 사케 계의 ‘샤또 마고’로 불리는 이 제품은 특히 명절 시즌 매출이 급증한다고 해요. 올해 상반기에는 ‘다이긴죠39’까지 순위에 오르며 프리미엄 사케 시장의 소비층이 넓어지는 모양새를 보이죠. 또한 코로나 시기 급부상한 위스키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은 입문·중급 위스키 소비자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퇴근길 5시, 주말 위한 목요일 쇼핑…연말 소비 몰리기도

그렇다면 언제 술을 살까요. 데이터 분석 결과 월별로는 12월, 요일로는 목요일, 시간대는 오후 5시에 가장 많이 구매했습니다. 하반기 집중 구매는 연말 모임과 행사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목요일 구매가 많은 이유는 데일리샷의 픽업 수령 기간(1~2일)을 고려하면, 금요일 밤부터 시작되는 주말 음주 준비라고 볼 수 있고요. 시간대별로는 오후 5시(8.72%), 6시(7.93%), 7시(6.74%) 순으로 퇴근 시간대에 집중됐는데,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술을 주문하고 픽업하는 패턴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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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MZ세대가 술 많이 마시는 달. 박현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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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MZ세대가 술 구매 요일. 박현아 디자이너

계절별 주류 선호도도 뚜렷했습니다.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엔 위스키가 1~5위를 독점했습니다. 입문자와 위스키 애호가가 공통으로 선호하는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며, 겨울은 전통 위스키 강호들의 무대라는 걸 증명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외에서 즐기기 좋은 맥주류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교수는 “실내에서 마시느냐, 실외에서 마시느냐가 주류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라고도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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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MZ세대의 계절별 술 취향 TOP 5. 박현아 디자이너

흥미로운 점은 검색과 실제 구매 데이터의 불일치입니다. 검색 상위권에는 고가 하이엔드 브랜드가 몰렸지만, 실제 구매는 익숙한 브랜드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경험하고 싶은 술’과 ‘구매 가능할 술’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거죠. 김예연 데일리샷 콘텐트팀장은 “검색을 통해선 주류 스펙 비교, 선물용 탐색, 브랜드 히스토리를 알아보는 행태를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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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주류 소비 경향성 비교. 박현아 디자이너

코로나가 바꾼 술 트렌드…‘소장형 고도주’에서 ‘일상형 저도주’로

코로나19는 음주 패턴을 크게 바꿨습니다. 정부가 위기 단계를 완화한 지난해 5월 1일을 기점으로 소비 양상이 달라졌어요. 코로나 이전엔 상위 순위권 모두 위스키가 차지했지만, 이후엔 화이트와인 3종이 상위권에 진입했습니다. ‘소장형 고도주’에서 ‘일상형 저도주’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죠. 명 교수는 “코로나 시기 해외여행 제약으로 고가 위스키가 구매가 늘었지만, 코로나 종료 후 일상적인 패턴으로 돌아갔다”고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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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공식 해제 전후 주류 판매 순위. 박현아 디자이너

18만원 웹소설 콜라보 위스키, 4일 만에 완판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술의 굿즈화’입니다. 희소성 있고 스토리텔링이 되는 쇼핑 아이템으로 보는 것이죠. 데일리샷이 올해 4월 웹소설 ‘화산귀환’과 협업한 ‘청명주’는 약 18만원 되는 가격에도 4일 만에 1150병이 완판됐어요. 청명주는 대한민국 1호 누룩 명인이 만든 증류식 소주입니다. 지난해엔 웹소설 ‘나노 마신’과 콜라보한 한국 전통 사과주 ‘추사’가 10분 만에 650병이, 국내 최장수 무협만화 ‘열혈강호’와 협업한 ‘화요’ 에디션은 1주일 만에 1만 병이 매진됐죠. 이는 평소 화요 월 판매량의 26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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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주류 완판까지 걸린 시간. 박현아 디자이너

김 팀장은 “인기 IP를 활용한 한정판 소장 욕구가 폭발적 구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명욱 교수는 “데일리샷의 콜라보는 한국식 위스키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내 위스키 애호가들이 해외 위스키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맛과 품질만 좋다면 국내산 위스키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인의 일상 비추는 술 소비 트렌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제 한국에서 술은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 수단을 넘어 경험하고, 소장하고, 공유하는 소비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퇴근길 와인 한 병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굿즈화된 술로 취향을 드러내는 한국인의 모습에서 새로운 일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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