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욕먹지만 당선 보증수표"…전한길 엄호하는 與최고위원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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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최근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소란을 일으킨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죄질 엄중”…14일 전한길 징계 수위 결정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지난 합동연설회에서 전씨는 방청석 연단에 올라 집단적 야유와 고함을 공공연히 선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며 “윤리위는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조속히 결론 내려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이날 바로 회의를 열었지만 징계 여부를 결정하진 못했다.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뒤 “오늘(11일)은 예상과 달리 결과를 낼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며 “징계 개시 결정 다음에는 전씨에게 ‘소명하려면 하라’는 통지를 서면으로 보내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각이 달라도 충분히 들어주는 게 민주주의지 소명 기회를 안 주는 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리위는 14일 다시 회의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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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 징계 관련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12~14일 사흘 연속 합동연설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전씨는 행사에 계속 참석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전씨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지만, 장외 행동까지 통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사실상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유튜브 찾아가 엄호, 왜

지도부가 전씨에게 옐로카드를 내밀었지만, 정작 전당대회 후보들은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4명은 이날 오전 보수 유튜버들이 주최한 ‘자유우파 연합 토론회’에 출연해 전씨를 적극 옹호했다.

김재원 후보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 금지는 일종의 보복 조치”라며 “지도부에 징계 중단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태우 후보도 “전씨가 적절한 정도의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방청객들의 호응이 컸던 것”이라고 감쌌다. 나머지 후보도 전씨에 대해 “인기가 너무 높다 보니 내부에서 공격한 것”(손범규 후보), “국민의힘이 어려울 때 혜성처럼 나타났다”(김민수 후보)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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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가 등장할 때마다 ‘배신자'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후보들이 전씨를 찾는 건 계엄·탄핵 사태에 실망한 당원들이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을 접은 사이 전씨 등 유튜버들이 그 틈을 파고들어 사실상 여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당 밖에선 전한길이 비판받지만, 안에선 ‘당선 보증수표’라는 말까지 돈다”고 전했다. 한 재선 의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원들이 전씨와 사진 직으려고 우르르 달려간 것만 봐도 그 영향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3선 신성범 의원은 이날 선관위를 찾아 강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입당한 지 얼마 안 된 분이 와서 당의 위상과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제3자가 보기에 ‘국민의힘 왜 저러나’ 생각을 갖게 만드는 해당행위”라고 토로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전씨가 원하는 게 징계와 관심이라 세게 때릴 수록 오히려 소란의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라며 “이미 바이러스처럼 퍼져 손 못 쓰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당대표 후보들은 보수 텃밭인 영남권을 공략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뒤 경북 안동·포항·경주 등 지역 당원 간담회를 가졌다. 장동혁 후보는 경남 창원 국립 3·15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경남 당원들을 만났다.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언론 인터뷰를 중심으로 여론전에 나섰다. 안 후보는 페이스북에 장 후보를 “친길(친전한길)계 후보”라고 호명했고, 김 후보를 향해선 “(계엄으로 다친 사람 없다는) 답변을 듣고 정말 경악했다”고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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