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리미엄석 만든다며…대한항공, 좁은 이코노미 1인치 더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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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오는 9월 일부 기종에 ‘프리미엄석’을 도입하면서 기존 이코노미석 배열을 3-3-3 시스템에서 3-4-3 시스템으로 변경한다고 밝혀 논란이다. 1열당 좌석이 기존 9석에서 10석으로 늘어 좌석당 너비가 18.1인치(약 45.9㎝)에서 17.1인치(약 43.4㎝)로 1인치(약 2.5㎝) 좁아지면서다.
대한항공은 지난 5일 보유한 여객기 138대 중 B777-300ER 기종 11대에 9월부터 프리미엄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존 일등석(8석)-비즈니스석(56석)-이코노미석(227석)의 총 291석이던 좌석을 비즈니스석(40석)-프리미엄석(40석)-이코노미석(248석)의 328석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이코노미석보다 1.5배 넓고 운임도 약 10% 더 비싼 프리미엄석을 확보하면서, 이코노미석도 21석 늘렸다. 그러면서 이코노미석 너비가 1인치씩 줄었다.

신재민 기자
이번 개편에 대해 대한항공은 글로벌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주요 25개 글로벌 항공사 중 18개사가 보잉777-300ER 기종에 이코노미석 3-4-3 배열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7개사는 3-3-3 배열이다. 대한항공 측은 개편 후 새 좌석의 시트 두께가 더 얇아져 체감 공간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코노미석이 좁아졌는데 가격은 왜 그대로냐” 등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다.
해외에서도 ‘이코노미석 공간 축소’는 논란이다. 대한항공보다 먼저 17인치 이코노미석을 도입한 글로벌 항공사들에서 이용객 불만이 제기됐다. 2022년 미국의 항공 승객 권익단체 ‘플라이어스라이츠(FlyersRights)’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최소 좌석 크기’ 규정을 정하라는 청원을 제기했다. 이후 소송으로 이어졌는데, 2023년 미국 법원은 일단 규정을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당시 판사는 “많은 항공사의 좌석이 불편할 만큼 좁긴 하지만, 위험할 정도인지는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대인의 몸집이 커지는 추세에 비하면 항공기 좌석 크기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화연 호남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의 ‘항공기 이코노미클래스 객실 좌석 간격 연구’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인 남성의 허리둘레는 7.3~12.9㎝, 여성은 3.6~5.6㎝가량 늘어난 걸로 나타났다. 평균 키도 남성은 최대 9.3㎝, 여성은 8.1㎝ 커졌다. 이 교수는 “좌석 너비를 줄여 좌석 밀집도가 높아지면 소비자 불편뿐 아니라 이코노미 증후군 심화 등 안전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으로 국내 대형항공사(FSC)가 1개가 되는 만큼 향후 17인치 이코노미석이 ‘표준’으로 자리 잡을까 우려한다. 30대 직장인 김소연씨는 “항공사가 합병해 경쟁이 없으니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2월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인천~로스앤젤레스 등 양사가 취항 중인 40개 주요 노선에서 1개사 운수권을 10년간 반납하고, 해당 노선에서 좌석 간격·무료 수하물 등 서비스의 질을 낮출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 때문에 이코노미석 개조 기종은 해당 40개 노선을 피해 투입될 거란 해석이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위 시정조치를 반드시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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