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돈 날리며 날아다닌 LCC…“살 길은 M&A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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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출혈경쟁 부메랑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올 상반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저가 항공권을 앞세워 과도한 출혈 경쟁을 벌인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 다음 달엔 1개사가 추가돼 9개 LCC가 다시 ‘피 튀기는’ 경쟁을 할 예정이다. 항공업계에서는 LCC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LCC들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증시에 상장된 LCC 4곳(티웨이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 모두 영업적자를 냈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은 4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무안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 이후 운항 편수가 줄어든 것이 매출에 직격탄이 됐다. 티웨이항공은 적자 폭이 가장 컸다. 신규 항공기 도입과 장거리 노선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로 2분기 영업손실이 790억원에 달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각각 423억원, 11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도미노 적자에는 과당 경쟁 영향이 컸다. 여객이 몰리는 일본·동남아 노선으로 LCC들이 몰리면서 좌석이 과잉 공급됐고 운임 할인 경쟁도 심해졌다. 좌석당 정상 운임으로는 10만원 대인 노선에서 ‘5만원 이하 특가’ 같은 초저가 항공권이 잇따라 등장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고유가·고환율 부담까지 겹쳤다. 특히 달러 강세는 항공기를 대부분 리스(임대)로 운용하는 LCC들에 직격탄이 됐다. 국내 LCC업계 관계자는 “2분기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할인 운임 마케팅에 주요 LCC들의 손실이 컸다”고 말했다.
출혈 경쟁은 당분간 더 격화될 전망이다. 옛 플라이강원에서 재출범한 파라타항공이 하반기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하면 국내 LCC 수는 다시 9개로 늘어난다. 파라타항공은 최근 A330-200 기종을 도입했으며, 연내 일본·동남아 노선 투입을 예고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사업자가 추가되면 가격 인하 압박은 불가피하고, 적자 폭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조적으로는 LCC 면허가 너무 많다는 점이 지목된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플라이강원·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에 신규 항공운송 사업 면허를 내줬다.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시장 포화 상태에서 LCC 면허 남발은 출혈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이는 현실이 됐다. 2019년 신규 면허를 받은 3곳 중 현재 정상 운영 중인 곳은 에어프레미아뿐이다. 플라이강원은 경영난으로 임금 체불 사태까지 겪은 뒤 위닉스에 매각됐고, 에어로케이는 자본잠식 상태다.
특히, 정부가 면허를 내줄 때 지역 민원과 지역 공항 활성화 논리를 의식해 사업자를 지역별로 안배하다 보니, 시장 수요와 무관하게 LCC 숫자만 늘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역 균형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오히려 국내 LCC 구조를 왜곡시켰다”며 “실제 수요보다는 ‘지역 공항 살리기’ 명분에 맞춰 면허가 발급됐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LCC간 M&A를 통한 구조조정이 LCC 생존 해법으로 거론된다. 특히 이르면 내년 하반기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에어서울이 통합 LCC로 출범을 앞두고 있어, 시장 재편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6위인 이스타항공의 경우 대주주인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좁은 국토 면적에 LCC 9개는 과잉 공급”이라며 “적극적인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와 안전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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