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MLB 뿌리친 부산소년, 시련 딛고 강속구…롯데팬에겐 만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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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은 롯데 입단 9년째인 올해 마침내 1군에 안착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합뉴스]
포기할 수 없는 재능, 피지 않는 꽃.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투수 윤성빈(26)은 오랜 시간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다. 부산고 시절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진, 1m97㎝ 장신 유망주. 메이저리그(MLB)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2017년 롯데 1차 지명으로 입단했지만, 이후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성적은 21경기 2승7패, 평균자책점 7.47이었다.
그런 윤성빈이 올해는 롯데 1군에서 불펜 한 자리를 꿰차고 주특기인 강속구를 마음껏 던진다. 부산 야구팬들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한결같이 그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유독 홈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비결을 묻자 그는 “아무래도 ‘서사’가 있어서가 아닐까”라며 웃었다. “부산 출신 1차 지명에, 피지컬도 좋아서 MLB 관심까지 받던 선수가 정작 프로에 와서는 잘 못 하다가 이렇게 다시 일어서지 않았나. 팬분들이 딱 좋아하실 만한 스토리”라며 쑥스러워했다.
서사의 프레임을 ‘올해’로만 좁혀도 윤성빈의 사연은 극적이다. 시즌 첫 등판은 지난 5월 20일 부산 LG 트윈스전. 모처럼 선발 등판했는데 결과는 최악이었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안타 4개, 볼넷 6개,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고 9실점. 1회를 가까스로 막고 교체됐다. 그는 “2군에서 계속 좋아 자신 있었는데, ‘그동안 힘들었던 만큼 이 경기로 보상받자’는 마음이 너무 컸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반전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욕만 잔뜩 먹고 다시는 1군에 못 올라올 줄 알았는데, 경기 후 격려가 쏟아졌다. 윤성빈은 “팬들로부터 ‘(그래도 너를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연락이 많이 왔다. 주변 분들도 긍정적인 말만 해 주셨다”며 “그 후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전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그는 “감독님께서 ‘앞으로 어떻게 이보다 더 못 던지겠냐. 편하게 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고마워했다.
윤성빈은 매년 투구폼을 바꿨을 만큼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제는 안정을 찾고 제 몫을 한다. 지난 6월 15일 SSG 랜더스전부터 지난 12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1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도 펼쳤다. 그는 “요즘 야구가 정말 재미있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1군) 환경에서 팬들 응원을 받으며 공을 던지는 것도 행복하다”며 “좋았던 점만 생각하면서 계속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빈의 상징은 역시 강속구다. 올 시즌 그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7.98㎞. 국내 투수 중엔 문동주(160.7㎞), 김서현(이상 한화·160.5㎞), 김영우(LG·158.3㎞) 다음이다. 언젠가는 시속 160㎞를 던지는 그를 볼 수도 있다. 그는 “욕심은 있지만, 지금은 나날이 투구 밸런스가 바뀌는 단계라 그 정도 레벨은 아닌 것 같다”며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게 먼저다. 구속보다는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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