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최대 위기를 맞았다. 최근 8연패 수렁에 빠져 3위마저 위태로워졌다. 18일까지 롯데의 성적은 58승 4무 53패(승률 0.523). 2위 한화 이글스(승률 0.596·65승 3무 44패)와는 어느덧 8경기 차로 멀어졌고, 4위 SSG 랜더스(승률 0.514·55승 4무 52패)에 1경기 차로 쫓기는 처지가 됐다.

롯데 투수 벨라스케즈. 사진 롯데 자이언츠

'추격자'는 더 있다. KIA 타이거즈(53승 4무 53패), KT 위즈(55승 4무 55패), NC 다이노스(51승 6무 51패)가 나란히 승률 5할로 공동 5위를 이루고 있다. 3위 롯데와 2.5경기 차, 4위 SSG와 1.5경기 차다. 연패가 더 길어지면, 롯데는 5강 한 자리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롯데는 지난 17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8회초까지 7-3으로 앞서 연패 탈출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8회말 2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삼성 김영웅에게 통한의 동점 만루홈런을 맞았다. 결국 연장 11회 승부 끝에 8-8로 비겨 8연패를 끊지 못했다.

롯데의 9연패는 2005년 6월이 마지막이다. 20년여만의 최다 연패 길목에 서 있는데, 대진운도 좋지 않다. 하필이면 후반기 최강팀인 선두 LG 트윈스와 19일부터 잠실 원정 3연전을 치르게 됐다. LG는 앤더스 톨허스트-손주영-요니 치리노스, 롯데는 빈스 벨라스케즈-나균안-이민석이 선발 등판할 차례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선발 매치업은 첫판에서 만나는 톨허스트와 벨라스케즈다. 양 팀이 대체 외국인 투수로 야심 차게 영입한 둘은 지난주 나란히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대조적이었다. 톨허스트는 완벽에 가까웠다. 지난 12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7이닝 동안 공 77개만 던지면서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승리를 따냈다. 벨라스케즈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1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3이닝 6피안타 5실점 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두 투수의 두 번째 등판 결과에 남은 시즌 명운이 갈릴 수 있다.

롯데 투수 박세웅. 사진 롯데 자이언츠

롯데의 '위기'는 곧 중위권 팀들의 '기회'다. 멀게만 보였던 3위 자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3위는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지만, 4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시즌 내내 엎치락뒤치락하던 자리싸움에 더 거센 불이 붙었다.

당장 4위 SSG와 공동 5위 KT가 주중 수원에서 격돌한다. 19일 첫 경기에선 지난해까지 SSG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왼손 선후배' 김광현(SSG)과 오원석(KT)이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이후 SSG는 2위 한화, KT는 9위 두산 베어스를 각각 상대한다. 한화는 상위권이지만 최근 주춤했고, 두산은 하위권이지만 최근 4연승으로 기세가 좋다.

지난해 우승팀 KIA는 '극과 극'의 일주일을 보낸다. 주중엔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 주말엔 1위 LG를 차례로 홈으로 불러들인다. '부상 병동' KIA는 최근 불펜이 눈에 띄게 흔들리면서 지난 주말 두산과의 잠실 3연전을 모두 내줬다. 26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투수 정해영도 2군으로 보낸 상황이라 마운드 재정비가 급선무다. 전반기 7위에서 공동 5위까지 올라선 NC는 주중 삼성과 홈 3연전을 치른 뒤 주말 홈에서 롯데를 만나 3위와의 격차 줄이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