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단독] “내 피는 반반이지만, 마음은 한국 원했다” 獨국대 뿌리친 혼혈 韓 축구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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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 한국축구 국가대표 카스트로프(오른쪽 둘째)는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태극마크를 향한 진심을 털어놨다. 한국인 어머니 안수연씨(왼쪽 둘째)와 도르트문트 유스팀을 거친 축구선수 동생 레니(오른쪽). [사진 크리스티안 베하이옌]

“언제나 나의 뿌리,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국가대표 선택은 단순히 명예나 조건의 문제가 아니다. 내 마음이 어디에 속해 있는 지가 중요하다.”

독일 국가대표 발탁 가능성을 내던지고 한국축구대표팀 합류를 선택한 혼혈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22)는 태극마크에 진심이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다음달 미국 원정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25일 발표하며 한국-독일 이중국적의 혼혈 선수 카스트로프를 전격 발탁했다. 지난 1948년 런던올림픽을 통해 국제 무대에 데뷔한 한국 축구가 외국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를 A대표팀에 뽑은 건 77년 역사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홍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꾸준히 성장했고, 한국대표팀 합류에 강한 의지와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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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프와 어머니 안수연씨. [사진 안수연]

지난 3월부터 선수 자신은 물론, 어머니 안수연(59)씨, 한국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마쿠스 한 미노스포츠 대표 등과 꾸준히 단독 인터뷰하며 확인한 카스트로프의 의지와 열정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뜨거웠다.

어린 시절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너의 뿌리는 한국”이라 강조하며 양육한 어머니 안씨의 영향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서울대에서 조경학을 전공한 안씨는 지난 1996년 독일 하노버대로 유학을 떠난 이후 변호사로 활동 중이던 현지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후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며 삼형제를 낳았는데, 2003년생 카스트로프는 둘째다. 안씨는 “난 2000년대 빗물 관리와 놀이시설물 같은 독일 친환경사업 노하우를 한국에 들여왔다. 조국에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며 “어릴적부터 옌스에게 ‘너의 뿌리는 한국이고, 한국인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와의 인연은 지난 2022년 미하엘 뮐러(전 기술발전위원장)이 어머니 안씨를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전임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에 이어 홍명보 감독도 꾸준히 관심을 보이면서 카스트로프도 태극마크를 달기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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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옌스 카스트로프, 하단 사진은 어릴적 삼형제가 뒤셀도르프 차두리를 만나 찍은 사진. [사진 안수연씨]

지난 2월 국내에 출생 신고를 했고, 5월에는 한국 여권을 발급 받았다. 소속도 독일축구협회에서 대한축구협회로 바꿨다. 독일축구협회는 독일 21세 이하(U-21)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됐던 카스트로프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카스트로프 매니지먼트와 대한축구협회에 연락해 “카스트로프는 독일 A대표팀의 스카우팅 롱리스트(long list·잠재적 후보자)에 포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결정한다면 앞 날을 응원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스포르트1 등 독일 언론들도 “독일의 희망이 한국으로 갔다”며 아쉬워했다.

카스트로프 측은 “독일축구협회 측으로부터 2년쯤 후 (독일 A대표팀 소속으로) EM(유럽축구선수권) 예선에 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22세밖에 안된 카스트로프는 20대 후반까지 독일 A대표팀에 스카우팅 될 기회를 기다릴 수도 있었다. 훨씬 더 수준 높은 축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팽개치고, 본격적인 커리어가 시작하기 전부터 한국행을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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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카스트로프는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태극마크를 향한 진심을 털어놨다. [사진 크리스티안 베하이옌]

‘월드컵 최다골 보유자’ 미로슬라프 클로제 뉘른베르크 감독은 제자 카스트로프에게 “둘이 파티 하자”고 말할 정도로 총애했다. 성장세도 꾸준하다. 지난 겨울 브레멘,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 등 독일 내 여러 구단의 관심을 뒤로 하고 이적료 67억원에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유니폼을 입었다. 25일엔 함부르크전에 교체 출전해 분데스리가 데뷔전도 치렀다.

홍명보팀이 보강해야 할 포지션으로 첫 손에 꼽히는 자리가 황인범(페예노르트)의 파트너(3선 미드필더)인데, 카스트로프는 6번(수비형 미드필더)과 8번(중앙 미드필더)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특히 지난 시즌 옐로카드를 11개나 받을 만큼, 젠나로 가투소(이탈리아)와 아르투로 비달(칠레)처럼 투쟁적인 스타일이다. 쾰른 17세 이하(U-17) 팀 시절에 플로리안 비르츠(리버풀)의 바로 앞에서 뛰면서 ‘진공청소기’처럼 상대를 다 쓸어줬다. 순간 최고 스피드는 시속 34.64㎞로 황희찬(33.3㎞)보다 빠르다.

홍 감독은“황인범과 김진규(전북), 박용우(알아인) 등 기존 3선 중앙 미드필더와 다른 유형으로, 굉장히 파이터 성향의 거친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카스트로프는 “소속팀에서 감독님이 원하거나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윙백이나 윙어로도 뛰었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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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축구협회는 튀르키예·폴란드계 메수트 외질, 일카이 귄도간, 루카스 포돌스키, 클로제 등을 데려오려고 각국 축구협회와 경쟁했다. 한국에서 문화와 언어적인 부분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미 축구계에서 세계화는 대세다.

한국 여권을 취득한 카스트로프는 병역법 규정에 따라 만 37세가 되기 전까지는 1년에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거나 또는 60일 이상 경제 활동을 할 경우 군에 소집될 수 있다. 무거운 병역의 의무를 인지하고도 9000㎞ 떨어진 한국행을 택한 카스트로프는 “한국 대표팀은 단순한 여권 문제가 아니라, 제가 진정으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군 문제 역시 잘 알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제가 한국 대표팀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해 뛰고 싶다는 의지다. 대한축구협회, 매니지먼트와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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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카스트로프는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태극마크를 향한 진심을 털어놨다. [사진 크리스티안 베하이옌]

카스트로프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In mir fliesst 50% koreanisches und 50% deutsches Blut, aber mein Herz ist koreanisch”. 한국어로 “제 피는 독일과 한국 50대50이지만, 제 마음은 한국입니다”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 마음을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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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미국 원정 축구대표팀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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