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정은 오늘 베이징 도착, 반미연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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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전승절(戰勝節·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일 기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했다. 김정은은 전승절을 하루 앞둔 2일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다.
정보 소식통은 이날 “김정은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열차가 오늘 오후 평양을 출발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집권 뒤 지금까지 중국(4회), 러시아(2회), 싱가포르(1회), 베트남(1회) 등 해외를 8차례 방문했는데, 이 가운데 두 차례 방중과 싱가포르 방문 때는 전용기를, 나머지 다섯 번은 열차를 이용했다.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열차로 통상 20시간 정도 소요된다. 김정은이 2일 베이징에 도착해 공식 일정을 시작할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오전이 아니라 오후에 출발한 건 2일 소화할 일정이 많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통상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중조우의교를 통과하게 되는데, 일대에는 오전부터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곳곳에서 통제가 이뤄졌고, 당국의 경계 수위도 한 단계 높아졌다고 한다.
제한적인 환경에서만 정상외교를 경험해본 김정은이 다자 무대에 등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최초’로 기록되며 세계적 관심을 끌 수 있다.
25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지는 김정은의 ‘다자외교 데뷔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건 딸 주애와 동행할지 여부다. 주애가 김정은 및 수십 개국 정상, 고위급 인사들과 나란히 천안문(天安門) 성루에 오를 경우 ‘백두혈통’을 잇는 후계자로 인정받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김정은의 이번 방중에 주애가 동행해 영부인 몫 정상외교 일부를 담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이미 국내 일정에서도 김정은이 주애를 대동할 경우 부인 이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한발 물러서 뒤에서 따르는 듯한 모습이 수차례 확인됐다.
김정은 ‘북·중·러 동시외교’ 데뷔, 딸 주애와 천안문 오르나
이와 관련, 10년 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중국의 70주년 전승절 기념 열병식이 열린 2015년 9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신의 셋째 아들인 니콜라이(당시 11세)와 함께 성루에 올랐다. 벨라루스의 ‘왕자’인 니콜라이는 10년 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지난달 31일) 환영 만찬에서 VIP석에 앉아 탄탄한 입지를 과시했다.
돌발 상황이 잦은 다자 무대에서 김정은의 언행은 큰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양한 계기에 다른 국가 정상들과 자연스럽게 친교하고 그들 사이에 녹아든다면 김정은은 향후 외교적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의전 실수가 발생하거나 어색한 ‘초짜’의 모습을 보인다면 고립된 국가의 독재자 이미지가 한층 더 강해지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정은이 이번 행사 참석을 통해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큰 외교적 성과는 북·중·러 연대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정상회담도 메인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형성된 북·러 간 ‘불량 동맹’과 중국이 거리를 두면서 소원해진 북·중 혈맹이 봉합 수순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올 초 북한과 정상회담 의사를 밝힌 루카셴코와 양자 정상회담을 하거나 북·중·러 3자 정상회의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싱가포르 및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선 중산복을 입고 등장한 김정은이 1959년 10월 1일 천안문에 올랐던 할아버지 김일성처럼 개방을 상징하는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맬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시진핑은 10년 전 열병식에서 짙은 회색 중산복을 입었는데, 김정은도 중산복을 입어 코드를 맞출 수 있다.
중국은 2015년 전승 70주년 열병식 당시 시진핑 왼쪽에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같은 내빈을, 오른쪽에 푸틴·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외빈을 배치했다. 가장 상석을 푸틴에게, 그 옆을 박 대통령에게 내줘 예우를 갖춘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시진핑의 오른쪽에 푸틴·김정은이 차례로 서거나 양옆에 두 사람이 설 가능성이 있다.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서는 건 그 자체로 3국 협력의 견고함을 과시하는 장면이 될 수 있다. 다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연출하는 건 시진핑으로서도 외교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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